[아주초대석] 윤석명 전 연금학회장 "'낸 만큼 받는' 확정기여형 연금으로 전환해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험료 9 수준에서는 연금 급여가 매우 부족하므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최소 13 이상으로 올려야 신-구 분리 시스템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현재 보험료 9% 수준에서는 연금 급여가 매우 부족하므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최소 13% 이상으로 올려야 신구 분리 시스템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구 연금 분리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2033년 보험료가 13%에 도달하면 '낸 만큼 받는' 확정기여형 연금으로 점진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신구 연금 분리를 위해선 1단계 개혁이 완성돼야 한다. 현재 보험료 9% 수준에서는 연금 급여가 매우 부족하므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최소 13% 이상으로 올려야 신구 분리 시스템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신구 연금 분리는 ‘낸 만큼 받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1단계 개혁을 통해 기초를 마련한 후 2단계로 신구 연금 분리를 추진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1단계로 내년부터 당장 연금 수급자에게 적용되는 일본식 매크로 슬라이드 개념을, 가입자에게는 핀란드 방식 준자동조정장치를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 수급자와 가입자 부담을 자동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3년 보험료 13%가 될 때까지 제대로 된 2단계 개혁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2033년부터는 ‘낸 만큼 받는’ 연금제도로 전환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1·2차 베이비붐 세대가 부담을 나누도록 미적립부채를 줄이기 위한 목적세 도입과 연금소득세·상속세 개편 등 창의적 재원 확보 방안 마련도 필수적"이라면서 "이 과정을 통해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를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연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위원과 일문일답한 내용.

-국민연금은 어떤 상태인가. 연금개혁을 위한 골든 타임은.

"국민연금은 현재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시도된 반쪽짜리 개혁 이후 18년간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아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미래 세대 부담이 기하급수로 커지고 있다. 연금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은 이미 지난 상태로 평가된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연금 재정 악화가 가속화된다는 점에서 즉각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까스로 모수개혁을 이뤘다. 연금개혁의 다음 과제는.

"최근 개편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은 연장했으나 기금 고갈 이후에 적용될 보험료 부담은 더 높아져 결국 미래 세대 부담만 커지는 구조다. 부과 방식 보험료가 36%에서 39%로 올라가며 의무납입연령을 5년 연장하면 보험료는 40%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월급 중 40%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비현실적인 부담이며 보험료 인상을 무작정 늘리기 어렵기에 연금 지급률, 즉 소득대체율을 현실적으로 낮추어 지급액을 줄여야 한다. 다음 과제는 ‘받는 금액’과 ‘내는 금액’ 간에 균형을 맞추는 제대로 된 개혁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연금은 평균 수명의 급격한 증가와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보험료 부담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현재 59세인 의무납입연령을 64세까지 연장해야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보험료는 40% 이상으로 상승해 지속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의 막대한 미적립부채(2050년 예상치 GDP 대비 120% 이상)는 재정 위험을 명확히 보여준다. OECD 국가들처럼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연금 급여와 보험료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일본식 매크로 슬라이드 방식을 10년에서 30년 뒤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비난회피전략에 불과하며 즉각적 도입과 함께 핀란드식 준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해 청년세대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을 늘릴 방법은 없나.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노동시장 개혁과 연금 가입 기간 연장이 가장 효과적이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OECD 국가들은 가입 연령을 65세 이상, 심지어 75세까지 연장하고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가입 기간과 수령액을 자연스럽게 조절한다. 우리나라도 의무납입연령을 64세로 5년 연장하면 소득대체율이 크게 상승하고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세도 완화된다. 또한 국민연금을 100% 소득비례형으로 전환하고 연금 인정 소득 상한을 높여 고소득층 연금액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을 확대해 사회적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은. 어떤 식으로 개혁해야 할까.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최우선 원칙은 누적적자와 미적립부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낸 만큼 받는’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그전 단계로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을 혼합한 핀란드식 준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평균 1년 더 가입할 때마다 누적 적자가 약 1000조원 증가하는 현실에서 의무납입연령 연장은 5000조원 이상 추가 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 3월 개정안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연금 재정 추계와 정책 결정에 현실적인 가정을 반영하고 가입 기간 연장, 보험료 현실화, 지급률 조정 등 종합적 개혁이 신속하게 시행돼야 한다."

-앞으로 연금개혁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앞으로 연금개혁 논의는 완전한 투명성과 공개성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재정추계와 주요 가정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의해 독점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국민과 언론이 제대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 따라서 모든 연금개혁 관련 회의는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어 국민 누구나 참여하거나 시청할 수 있어야 하며 모든 회의 참가자의 실명을 명시한 발언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된 회의록을 작성해 즉시 공개해야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처럼 회의록을 정부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국민 신뢰가 회복되고 합리적인 개혁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와 국회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국민연금 문제를 더 이상 정치적 표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연금개혁 논의에서 진영논리를 배제하고 탈정치화를 공식 선언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자신들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공직자들이 소신을 가지고 연금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투명하게 알리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가 가장 큰 문제이며, 정부 역시 상황을 숨기거나 왜곡하지 말고 국민에게 진솔하게 연금 위기 현실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선진국 연금개혁 사례와 객관적인 데이터들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개악을 개혁으로 포장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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