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밸류업이 자본시장 정책의 큰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면서 성과가 체감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밸류업은 기업과 시장의 인식·관행·문화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업의 의사결정이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바뀐 사례를 봤다"며 "기업은 시장의 목소리를 먼저 생각하고 진정으로 스스로 변해야 하고, 시장은 기업의 노력에 대해 지속 가능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업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과제인 만큼 다음 정부에서도 주요한 정책 어젠다로 추진될 것으로 믿는다"며 "인센티브 제도 정비 등 기업 밸류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밸류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투자로 이어지는 자본시장 선순환과 한국 경제의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 유관기관과 함께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주주가치 존중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국민 자산 증식을 목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밸류업 공시가 도입된 지 1년을 맞았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기업들의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1주년을 맞아 거래소의 밸류업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 기업 밸류업 우수 사례, 밸류업 성과와 과제, 일본·대만 등 해외 사례와 전문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그간의 밸류업 추진 내용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밸류업 공시 기업의 지난해 평균 주가수익률은 4.5%로 미공시기업의 수익률 대비 21.4%포인트 높았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9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0%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라는 프로그램 목표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로 단편적으로 해석할 경우 한정된 가치평가로 귀결될 수 있다"며 "PBR을 순자산·수익성·주주환원 요소에 의한 본질가치 대비 초과 시장가치비율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산주의 심각한 저평가 등으로 장기간 저평가가 지속되는 문제에 대비한 법제적 접근도 검토할 만하다"며 인수합병(M&A) 압력 강화, 건설적인 주주행동주의 활성화, 지배구조 개편 등의 과정에서의 일반 주주 보호방안 등을 제시했다.
기업과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견해도 나왔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밸류업 공시는 자율 공시지만 기업이 시장과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기관투자자는 적극적인 밸류업 공시 요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스튜어드십 코드도 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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