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미·일 관세협상 마침표 찍었지만 항목마다 해석차…野"지뢰밭", "긍정 평가 철회"

  • 공동 문서 없이 마무리된 미·일 합의...양측 해석 달라질 우려 커

  • 아카자와 "대미 출자는 1∼2%"..."잃은 것은 겨우 수백억엔"

  • 대미 투자, 농산물 수입, 군사장비 구매 등 각 항목마다 견해 차

  • 야당 "해석 차로 지뢰밭 될 것"..."아무 것도 정해진 것 없어"

지난 19일 오사카 엑스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왼쪽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사진EPA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사카 엑스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왼쪽)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사진=EPA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올 4월 첫 관세협상을 시작한 후 약 100일 가까운 줄다리기 끝에 22일(현지시간)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 산업계는 즉각 자동차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절반인 12.5%로 인하된 데 대해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며 안도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수일이 채 지나지 않아 합의를 둘러싼 양측의 해석차가 눈에 띄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미·일이 합의와 관련한 공동 문서를 발표할 예정이 없다는 점에서 관세 적용일이나 대미 투자 틀 등에 있어 불분명한 점이 많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미국 정부가 23일 공개한 합의 요약 문서에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는 15%의 기본 관세율이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적용일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일본 정부가 25일 공개한 합의 요약 문서에도 적용일 관련 기술은 없었다.  

일본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15%의 상호관세가 발효되는 시점은 8월 1일이며, 자동차 관세는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자동차 관세 발효는) 상호관세보다 조금 늦어질 것”이라는 인식을 밝혔다.

불안감을 더욱 키운 것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미국이 분기별 평가를 할 것이며,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관세율이 25%로 돌아갈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일본 측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그런 논의를 한 기억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본 내에서는 합의가 공동 문서 형태로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입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도 불분명한 점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일본은 내 지시에 따라 5500억 달러(약 759조 원)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며 이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될 것”이라고 게시했다. 거의 800조원에 달하는 이 금액은 일본 정부의 1년분 세수를 초과하는 규모다.

일본 측 설명에 따르면 정부계 금융기관이 최대 5500억 달러 규모의 출자와 융자, 융자 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이며, 대출이 아닌 출자에 한해 이익이 배당된다. 즉 순수한 재정 지출이 아니며 기업이 대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26일 NHK에 출연해 “출자는 1∼2%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일본 출자에 따른 이익을 미·일이 반반씩 갖는 것을 제안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일본 10%, 미국 90%로 바뀐 것과 관련해서도 “잃은 것은 겨우 수백억엔 이하”라고 주장했다.

농산물 수입과 관련해서도 양측의 해석이 다르거나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미국 측이 공개한 미·일 무역 합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콩과 옥수수, 비료 등을 약 80억 달러 구입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언제까지, 누가 살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쌀의 경우 일본이 미국산 쌀 수입을 ‘즉시 75% 늘리기’에 합의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일본은 무관세로 수입을 의무화한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그 안에서 미국산 쌀의 비율을 늘린다는 입장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추가 유입된 쌀이 주식(主食)용 쌀로 사용될 경우였는데, 이러한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합의에서 일본은 미국산 항공기와 군사장비 구매도 늘리기로 했다. 보잉 항공기 100대를 포함해 미국산 항공기를 계속 구매키로 하고, 군사 장비는 연 140억 달러에서 170억 달러로 구입 비용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미 결정됐던 방위력 정비 계획 등에 따라 지금의 방위 장비 구입에 관한 우리 생각을 미국 측에 설명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무엇이 일본 방위력 강화에 어울리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 구입해야 할 방위 장비의 구체적 기종과 수량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무성 간부도 “추가 구입이 아니라 원래 구입할 예정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일 양국 설명이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 대해 고타니 데츠오 메이카이대학 교수는 “미국이 구체적인 부분은 뒤로 미루고 숫자만 부각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어필한 모양새”로 평가했다.

반면 일본 내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이번 합의를 둘러싸고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5일 여야 당수 회담에서 미·일 관세 합의 내용을 설명했는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회담 후 “(미·일이) 해석 차이로 지뢰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도 “아무 것도 아직 확약되지 않은 것”이라며 자신이 협상 타결 직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도 철회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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