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민들은 또 한 번 '교통 대란'이라는 불안에 직면해 있다. 서울시내버스 노동조합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을 근거로 정기상여금 포함, 기본급 8.2% 인상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와 시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정당한 권리 주장을 넘어선, 대기업 수준의 연봉과 적자 누적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조직적 이기주의로 비쳐지고 있다.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연봉은 약 6200만 원. 기본급에 각종 수당과 복지 혜택을 더하면 일부 기사들은 연봉 7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게다가 식사 제공, 자녀 학자금 지원, 건강검진, 해외연수 기회까지 포함된 이런 복지수준은 웬만한 대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도 노조는 추가로 평균 1600만 원에 달하는 연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가. 이같은 노조의 터무니 없는 임금인상은 연간 약 2800억 원의 추가 예산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시는 매년 8000억 원 이상을 시내버스운수 업체의 적자 보전에 쓰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조의 주장은 서울 시민, 나아가 국민 세금에 기생한 고임금 구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적자가 쌓여가는데도 대기업 이상의 연봉수준으로 더 내놓으라고 떼를 쓰고 있다. 노조가 양심을 가졌으면 한다.
서울 시내 버스는 지난 2004년부터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때문에 민간 시내버스 운수 회사의 적자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보전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회사가 적자 나든지, 말든지 노조는 임금인상 타령만 하면 된다. 이렇게 적자가 늘면 늘수록 시민 부담이 커지게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누적된 버스 적자 규모는 2조 원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추가 인건비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 권리를 넘어, 세금의 주체인 시민들의 분노를 부를 수밖에 없다.
특히 지하철과 택시 요금 인상, 공공요금 부담에 지친 시민들은 '왜 연봉 6000만~7000만 원을 받는 버스기사가 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느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민간 기업이었으면 벌써 구조조정 대상", "세금으로 고연봉 뒷받침하는 게 공정한가", "준공영제 폐지하라"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한 대선 정국 속에서 시내버스 노조의 임금인상이 정치 투쟁으로 변질되면 시민들의 눈매는 더 매서워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는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 서울시내버스 노조가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임금 인상을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정치적으로도 자충수일 수 있다.
시민 여론은 단순히 '노조 대 사측'의 프레임을 넘어서고 있다. '세금은 무한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공공부문이 특권층처럼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감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이럴 바엔 준공영제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며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더 이상 노조의 이런 집단 이기주의를 방관하면 절대 안된다. 시민의 세금을 담보로 한 고연봉 요구가 계속된다면, 서울시가 준공영제 폐지를 포함한 근본적 구조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해야 한다. 정당한 권리 주장도 국민적 공감 없이는 정당성을 잃는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내버스 노조가 보이는 모습은 공감은커녕, 시민의 불신과 분노만 키우는 조직적 탐욕에 가깝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을 방패 삼아 이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준공영제의 본질과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요구는 결국 시민의 등을 돌리게 만들 뿐이다. 이제는 노조 스스로 준공영제 존속의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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