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함께 맞설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올해 첫 해외 일정으로 동남아 순방에 나선 데 이어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도 동남아·중동 주요국들을 상대로 경제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2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걸프협력회의(GCC)·중국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했다. 리 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이에 맞서 개방을 확대하고 (무역) 장벽을 제거한다면 광범위한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며 각국이 함께 구축한 대규모 시장에서 더욱 풍부한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에 함께 맞서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은 아세안, 걸프국들과 함께 발전 전략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통합 협력을 심화하길 바란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 체제와 산업 공급망의 원활한 흐름을 확고히 수호해 공동 발전의 새로운 국면 끊임없이 창조해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노선을 유지해 왔던 아세안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이후 기류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번 회의는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넘어 (다른 국가들과) 무역 관계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90일간 유예되기는 했지만, 캄보디아는 49%, 베트남은 46%, 말레이시아는 24%, 라오스는 48%의 고율 상호관세 표적이 된 상태다.
리 총리는 이날 저녁 진행된 만찬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중국의 재정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며 소비 진작을 위한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해 초 재정적자율을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설정하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재품을 새 것으로 교체시 지원)’ 정책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리 총리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도 시 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경제는 연못이 아닌 바다라면서 “풍랑이 지나간 후에는 더욱 깊고 포용적이며 개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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