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 일대를 탈환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를 잇따라 점령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고한 '국경 완충지대' 조성 작업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올레흐 흐리호로프 우크라이나 수미 주지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적들은 이른바 '완충지대'를 설정할 목적으로 진격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노웬케, 바시우카, 웨셀리우카, 주라우카 등 4개 마을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현재까지 수미주 일대에서 총 6개의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미주 당국은 전선에 가까운 202개 정착지에서 대피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수미주 전체 지역 중 3분의 1에 해당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 회의에서 "국경을 따라 필요한 보안 완충지대를 조성할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적의 화점들이 적극적으로 제압되고 있으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완충지대가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수미, 체르니히우 지역과 접한 러시아 국경 지역을 '추가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미주에 진입한 러시아군이 당장 전선을 크게 밀어붙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퇴역 군인 출신 군사전문가 세르히 그라브스키는 러시아군 입장에서 수미주는 '교란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북부 전선에서 압박을 유지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 병력을 분산시키고, 핵심 전선 방어를 약화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군사전문가 콘스탄틴 마쇼베츠는 러시아군이 동부전선에서 일부 부대를 끌어와 수미주에 투입하기까지 했지만 최근 2주간 진격한 거리가 1㎞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국경 마을이 추후 평화협상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아직 수미주에 러시아군이 진입했다는 소식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도 '쿠르스크 방향'에서의 충돌 및 군사 활동만을 언급했으며, 구체적인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BBC는 이는 수미 지역에서의 러시아군 진격이 우크라이나 당국에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가 새로운 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는데, 는 이는 대체로 수미주의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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