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최종 협상에 나선다. EU는 보편관세는 수용하는 반면 품목별 관세는 인하를 요청할 방침이다. 아울러 디지털 규제는 양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우리 실무팀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고 나도 내일(7월 1일) 튀르키예 일정을 마친 뒤 워싱턴에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2~3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최종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국 측에서) 궁극적으로 원칙적 합의를 위한 제안 초안서를 받았다”며 현재 이를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시한 내에 큰 틀의 합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기업과 산업계에 예측 가능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는 10%의 ‘보편 관세’를 수용할 의향은 있지만 의약품, 주류, 반도체, 민간 항공기 등 주요 산업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동차(25%)와 철강·알루미늄(50%)에 대해선 쿼터(할당량)제 또는 면제 방식을 통해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EU는 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해 자율적 규제 간소화를 제시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인공지능(AI) 등 전략 분야에서 미국과의 공동 구매 협력도 제안한 상태다. 아울러 공동 경제안보 과제에 대한 협력 의지도 나타냈다.
현재 EU는 △수용 가능한 비대칭적 합의 △수용 불가능한 미국 측 일방 제안 △협상 시한 연장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 네 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위는 미국과 협상 타결에 주력하겠다면서도 만족스러운 결과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보복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EU는 상호 이익에 기반한 합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비대칭적 조건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평가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EU 집행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디지털 규제 완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며 법 개정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토마 레니에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미국과 협의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든 파트너국과 (디지털 규제 관련)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것을 논의하는 데 열렸지만 이것이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과 입법 절차까지도 논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제정법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지난 4월,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DMA 위반 혐의로 애플과 메타에 총 7억 유로(약 1조1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디지털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디지털세 도입을 이유로 무역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EU를 함께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EU도 똑같은 조치(디지털 과세)를 했으며 현재는 (이 사안에 대해) 우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혀 디지털세 완화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EU는 이를 일축한 셈이다. 현재 캐나다는 사흘 만에 디지털세를 철회했고, 이에 미국은 협상을 재개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모든 유럽산 수입품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EU의 설득으로 이틀 만에 철회하고 7월 9일까지 유예 기간을 설정한 상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