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 하루 전입니다. 선거에서 한 표, 매우 중요하지요. 여러분의 한 표가 사회 방향을 바꿉니다. 치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개의 치아가 전체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 치아 균열증(cracked tooth syndrome)이 그렇습니다.
치아 균열증은 통증 없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육안으로는 확인되지 않을 만큼 미세한 실금(craze line)이 생깁니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음식을 씹을 때 또는 찬물이나 단 음식을 먹을 때 순간적으로 찌릿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큰 증상이 없어 이 시기를 그냥 지나치고 방치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균열이 깊어지면 단순한 보존적 치료가 아닌 신경치료나 발치 후 임플란트 식립을 고려해야만 할 정도로 악화됩니다.
치아균열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단단한 음식(뼈, 얼음, 딱딱한 과자)을 씹는 습관, 이갈이, 이전의 수복물(특히 아말감, 금(gold)), 혹은 노화로 인한 치질의 약화 등이 있습니다. 특히 치아를 무의식적으로 세게 물거나 갈아대는 습관적 요소가 가장 위험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치아의 균열 위치와 깊이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집니다. 먼저, 초기의 얕고 미세한 균열은 해당부위 레진치료 혹은 크라운을 씌우는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통증을 경감시키고 추가적인 손상을 방지하여 치아를 보호합니다. 치수염까지 진행된 깊은 균열은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씌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치료를 마치고 나서 지켜보고 증상이 지속되면 발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뿌리까지 세로로 이어지는 균열은 안타깝게도 치아를 살릴 수 없습니다. 발치 후 임플란트 식립 등을 합니다.
치아균열증은 예방이 가능합니다.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피하는 것과, 턱을 괴고 이를 악무는 습관을 개선하는 게 첫째입니다. 치료적으로는 저작근육의 힘을 줄여서 씹는 힘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이갈이 방지용 마우스피스(나이트가드) 착용도 방법입니다. 치과를 방문해 노후화한 수복물을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건강이라는 이름의 긴 여정을 살아갑니다. 그 여정 속에서 ‘작은 이상 신호에 주목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치아의 균열은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지만, 그 조짐은 늘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선거의 한 표들이 모여 나라를 바꾸듯, 작은 이상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자신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입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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