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철강사들이 줄줄이 철강재 생산 공장 문을 닫고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돌입한다. 중국발 저가 철강재 물량 공세와 국내 건설 경기 부진,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반강제적 감산과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2위 철강사 현대제철은 최근 포항 1공장 내 중기 사업부를 대주·KC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 중기 판매량은 건설경기 침체로 지난 2021년 대비 약 65%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중기 사업부 인력에 대해 매각 절차와 함께 전환 배치를 하고,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이 생산 감축을 위한 공장 축소 운영 및 폐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한 뒤 노조의 반발로 축소 운영으로 방침을 바꾸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데 이어, 올해 1월 중순 이후부터는 인천 2철근공장 가동을 한때 멈췄고 포항 철근공장 가동도 열흘 넘게 중단했다. 전사적으로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해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시행하는 등 원가 절감 방안도 시행 중이다.
다른 철강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국제강은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철근 생산 라인 전체를 중단한다. 인천공장은 연간 220만t 규모의 철근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단일 생산 시설이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약 20만t의 철근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 역시 지난해 45년만에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셧다운에 돌입한 바 있다.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1979년 2월 28일 가동을 시작해 두 차례 합리화를 거쳐 지난 45년 9개월간 누적 2800만t의 선재 제품을 생산해왔지만 시장 내 공급과잉으로 문을 닫게 됐다.
내수 시장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혀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철강업계는 국내 철강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원자재 가격 부담까지 삼중고가 지속되며 업계 분위기가 매우 무겁다"며 "한국 산업의 근간인 철강이 무너지면 연관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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