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불법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질서 유지를 위해 군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겠다"며 "모든 곳에 병력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란법 발동 준비 여부에 대해 "내란 발생 여부에 달렸다"고 답했고, 내란이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그냥 넘어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국토안보부, 국방부, 법무부 장관에게 "LA를 이민자 침공으로부터 해방하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질서는 회복되고,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며, LA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실패와 머스크 CEO와의 갈등 등 정치적 부담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군 동원을 강행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민자 비중이 30%가 넘는 LA는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대상이다. 가디언은 극우 매체를 이용해 시선을 돌리는 데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 분노, 공포를 조장할 '내부의 적'을 찾았다고 짚었다.
미국 잡지 디애틀랜틱은 "트럼프는 주방위군을 미끼로 쓰고 있다"며, 병력 동원에 반발하는 더욱 많은 시위가 일어나 더 많은 공권력을 투입하기를 바란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치유하거나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는 상황을 악화하고 분열을 부추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특정 세력을 외국 적보다 더 위험하게 보고 엄중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이던 작년 10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저는 항상 우리에게 두 가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내부의 적이 중국, 러시아, 그리고 다른 모든 나라들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주 나쁜 사람들을 갖고 있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 급진 좌파 광신자들이다. 나는 이런 문제는 필요하다면 주방위군으로, 정말 필요하다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군 병력 투입은 2028년 대선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캘리포니아주를 자신들의 정책 의제에 반대하는 적대 세력으로 간주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서부 지역의 산불 사태 때에도 캘리포니아주의 무능을 주장하는 등 뉴섬 주지사를 줄곧 비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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