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 북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주말 동안 경계 상태에 있던 해병대 보병 대대를 투입했다"며 "제1 해병사단 산하 제7 해병연대 제2 대대의 해병대원 약 700명은 LA 지역에서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 중인 '태스크포스 51' 아래 운용되는 타이틀 10 병력과 함께 원활하게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배치된 주방위군 2000명과 함께 시위 진압 작전에 동원될 예정이다. '타이틀 10'은 연방 정부가 주방위군을 지휘하기 위해 사용하는 미 연방법전 제10편 12406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방위군 2000명 추가 투입을 승인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국방부는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병력 2000명을 추가로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현장에 투입된 총 주방위군 병력이 410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또한 LA경찰국(LAPD)은 사태가 격화되자 전날 LA 다운타운 전역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개빈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2000명을 추가 배치하라고 한 것과 관련해 "이것은 공공 안전을 위한 조치가 아니다. 위험한 대통령의 자아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무모하고, 무의미하며, 우리 군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서 배치된 첫 2000명조차도 도시 내에 실질적으로 배치된 병력은 약 30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명령도 없이 연방 청사에 대기 중이며, 물이나 음식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치안 문제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잠룡인 뉴섬 주지사 간의 정치적 정면 대결로 번지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핵심 의제인 불법 이민 이슈를 두고, 최대의 민주당 우세주(캘리포니아)에서 유력한 정치적 경쟁자와 벌이는 정면 대결로 대통령이 바라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톰 호먼 국경 문제 짜르(책임자)가 "불법 이민 단속을 방해하면 뉴섬 주지사와 카렌 배스 LA시장 등을 체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내가 톰이라면 그렇게(체포) 할 것이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빈은 형편없이 일했다"며 "나는 개빈 뉴섬을 좋아하고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철저히 무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뉴섬 주지사는 "미국 대통령이 현직 주지사의 체포를 요구했다. 나는 이런 날이 미국에서 올 줄은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는 권위주의로 향하는 명백한 발걸음"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주된 범죄는 주지사로 출마한 것이다. 그는 너무 형편없는 일을 해왔다"며 "그가 캘리포니아에 저지른 일은 바이든이 미국에 저지른 일과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에 당선된 이유를 거의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공화당)은 "이보다 더 명확할 수는 없다"며 "한쪽은 법을 집행하고 미국인을 보호하는 쪽이고, 다른 한쪽은 불법 체류자를 옹호하고 법을 어기는 이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이 2028년 민주당 대선 후보 유력자인 뉴섬 주지사에게 상당한 정치적 위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성에 강하게 맞서기를 기대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기대와 중도층 확보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략가 스티븐 마빌리오는 로이터에 "그는(뉴섬) 자신의 정치적 야망과 캘리포니아 주를 위한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며 "이 두 가지는 항상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뉴섬에게는 정치적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뉴섬 주지사를 완전히 수세에 몰아넣은 상황"이라며 "캘리포니아를 법과 질서가 사라지고, 이민자와 극단적 자유주의가 지배하는 무정부 상태의 주로 묘사하려는 트럼프의 시나리오에 정확히 들어맞았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전략가 존 플라이슈먼도 "불타는 차량, 멕시코 국기를 흔드는 시위대 영상은 트럼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며 "뉴섬은 트럼프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오히려 그의 덫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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