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로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양국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오는 11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하면서 양국 정상 간 협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오늘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30분간 시 주석과 첫 정상 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상호 소통, 인적·문화 교류를 강화해 양국 국민 간 우호 감정을 제고해 나가며, 경제 협력 등 실질적인 협력 분야에서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지면 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양국이 진행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 등 어떤 식이든 계기가 되면 만날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한 교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에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는 것으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왕샤오링 중국 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글로벌 전략연구소 부연구원은 지난 4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를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 전체가 한·중 관계가 너무 냉랭하다고 생각해 왔으며, 이는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만큼 새 정부 출범 후에는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추진하는 등 한국 국민들 '눈에 보이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에 대한 비판 등 우리 정부가 주문해 온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시 주석의 방한 전망이 양국 관계를 낙관하게 하고 있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이를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변수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서방 중심의 대중 견제 기조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까지 함께하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이 대통령에게 중국 문제에 대해 일정 수준 한목소리를 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주요 정상과 통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이시바 총리에 이어 시 주석이 3번째다. 이번 통화 역시 짧은 시간 동안 상견례 수준에 그친 것에 따라 '한한령' 등 민감한 현안에 관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별히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여러 소통의 계기를 통해서 더 교류를 넓혀가겠다는 정도의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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