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종섭 서울대 교수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주도권 열쇠…놓치면 기회비용 막대할 것"

  • 글로벌 금융 체제 변화에 대응 가능한 韓기업 필요

  • 포지티브섬 게임 시장…적극 참여해 기회 선점해야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0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적고, 국가 간 송금과 결제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세계 시장의 흐름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가능성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글로벌 지급결제 네트워크 재편에 대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이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변화 속에서 한국 역시 대응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아직 국내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변화하는 지형에 적응하지 못하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은 막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는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이라고 봤다.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참여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각각 어떻게 다른가.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역할과 구조가 다르다. CBDC는 폐쇄형 블록체인 기반으로 필요 시 예금이 있어야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개방형 블록체인 기반으로 인터넷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방식이다. 금융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의 소비자나 해외 결제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지급결제 수단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유통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서클(Circle)이 USDC를 기반으로 이더리움 등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통 카드사들과의 협력도 늘려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국경을 초월하는 새로운 금융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선 아마존, 알리, 테무 등의 플랫폼이 무섭게 확장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플랫폼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빠르게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인프라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나.

"기존 금융이 '창구 중심'이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글로벌 확산이 가능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지점 없이도 베트남이나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이용자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통 은행의 해외 지점에서 계좌를 만들 필요 없이, 베트남 BTS 팬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굿즈를 결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기존 인프라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24시간 국경 없는 결제, 실시간 송금, 비용 절감 등에서 기존 시스템을 보완·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달러를 제외한 다른 기축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점유율이 오프라인에서의 원화 점유율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어떤 수요가 생길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라고 본다. 민간 사업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서 비용 효율성을 입증해야만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기존 은행 중심의 사업 모델만으로는 혁신이 어렵고, 핀테크나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실험해야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최근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핀테크 등 비은행권 기업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전통 은행은 거대한 자본 비용을 감내하면서 안정적 수익 모델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자본 규모가 작은 핀테크나 플랫폼 기업은 혁신적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비은행권에 진입 기회를 열어두면, 금융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의 이용자나 해외 결제 수요 등 기존 은행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용 사례를 민간이 빠르게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유통과 관련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주도 사업 영역으로 글로벌 확장성과 규제 정합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안정성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앙은행은 디지털 금융 유동성 지원 수단을 통해 거시적 안정성을 보완하는 보조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역할은 향후 규제 기반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중앙은행이 민간 시장을 직접적으로 주도하는 구조는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홍콩 등 해외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전통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가상자산을 문제 없이 취급할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를 부여해 산업 안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본시장 경쟁력이 강한 미국, 홍콩과 같은 국가들은 시장의 자생적 조정 기능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선도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시장 중심의 자율성에 기반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융합을 촉진하는 구조를 채택해 블록체인 인프라가 기존 금융체계 내에서 자연스럽게 통합·진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대비해 국내 규제는 어떤 차별점이나 한계를 가지고 있는가.

"한국 현행 제도는 '금융시장'과 '가상자산시장'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금가분리(金假分離) 원칙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한국은 기존에 자본시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가상자산 시장에 적용하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보호와 거래소 중심의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이는 미국, 홍콩 등 업계를 이끄는 주요국이 택하고 있는 시장 중심적 접근과 거리가 있다."

-유럽연합, 일본은 시장 중심이 아닌 당국 주도의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과 홍콩의 규제는 당국 주도의 은행 중심 접근 방식을 택한 유럽과 일본 모델과 구분된다. 그러나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규제 모형은 미국과 홍콩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개방형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는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과 탈중앙화된 거래 구조라고 보면 된다. 자본시장 작동 방식을 거치지 않는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 규제는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난 십몇년간 '글로벌 금융사를 키우자'는 구호를 외쳤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에 글로벌 파트너들도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가 열려 있다는 의미다. 과거 테라 사태 전까지 한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한 국가였고, 지금도 기술적 기반은 있다. 활용사례는 뒤처졌지만, 강력한 소매 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홍콩, 싱가포르가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금융 시장을 키워나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참여하고 함께 커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금융의 별'이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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