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사태가 봉합과 확산의 기로에 섰다. 이란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 일원인 예멘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동참했다고 주장하는 등 중동 전체로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당분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등 공격 상황을 지켜볼 것임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되는 와중에 “때로는 먼저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사이에 협상이 필요하다면서도 전쟁을 통해 힘의 논리를 보여준 뒤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협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이란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이란의 보복 공습 등으로부터 중동 지역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방어를 계속 지원하겠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매우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 표명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이뤄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란인들이 미국인을 살해했나? 그들이 그렇게 할 때까지 (이란의) 정치 지도자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논의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암살 계획’에 대한 진행자의 물음에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대화들에 대한 허위 보도가 너무 많다.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하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며 “그리고 미국은 미국에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 우리(미국)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재를 위해) 현재 많은 통화와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란과 핵협상을 벌였던 로버트 말리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은 당분간은 이스라엘 작전을 지지할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협상 타결을 갈망하고 전쟁에 끌려들어 가는 것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이스라엘에) 억제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와중에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들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해왔던 친 이란 세력 후티는 이날 자신들이 이스라엘 중부 지역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장기화하면 친 이란 및 친이스라엘 세력들까지 가담하며 충돌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 작전으로 이란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이란은 이를 정권 교체 의도로 받아들여 역내 미군 그리고 미국 동맹국들에 공격을 가하고, 이는 중동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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