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중동워치] 이스라엘은 왜 핵 협상 중인 이란을 때렸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5차 중동전쟁인가? 중동의 두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전쟁은 일주일째 상호 보복공격이 이어지면서 군사시설 파괴를 넘어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G7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많은 민간인 피해를 양산하는 소모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마스 궤멸과 가자 학살 전쟁, 레바논 헤즈볼라와 시리아 민병대 공격에 이어 이스라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이란 핵시설 제거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네타냐후 총리를 자제시키거나, 여론의 지지를 받는 그의 승리를 내려놓게 할 명분이나 강제력도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겉으로는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면서, 뒤로는 무기 공급은 물론 이란에 대한 전략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이스라엘에 제공하면서 실질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고 있다. 트럼프는 단단히 구축해 놓은 아랍왕정들과의 경제협력 관계나 중동에서의 전략적 국익 구도가 크게 손상되지 않는다면 굳이 강력한 반미정권을 무력화시키고 핵을 제거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앞장서서 말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오랫동안 치밀한 준비 끝에 모두가 잠든 금요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날은 이슬람교의 안식일이었고 이란에서는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금요예배 설교가 예정되어 있는 성스러운 날이었다. 전쟁은 예상대로 세계 최강의 정보력과 군사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압도적 우위로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내부 곳곳에 심어놓은 동조세력에 힘입어 이란 방공망을 와해시킨 다음 100여 대의 전폭기가 별다른 저항 없이 수백 곳의 군사기지, 핵 관련 시설, 유전과 가스전을 자유롭게 공격하고, 서열 1-2-3위의 군 수뇌부는 물론, 핵 개발의 주역이자 핵심 두뇌인 핵 과학자 15명도 잠든 아파트 침실에서 표적 살해하는 극도의 위협과 심리적 공포를 심어주었다.
 
그럼 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란 간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5차에 걸쳐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고, 서서히 의견차를 좁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핵 시설 직접 공격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까.
 
첫째,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침공과 수많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강한 압박에 대한 국면 전환을 위해 이란 공격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다고 보여진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가자 학살 중지 요청, 국제사법재판소의 가자 학살 중지와 인도적 구호품 반입 허용 명령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전범 체포영장 발부 같은 일관된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이스라엘 총리는 막무가내로 가자 점령과 민간인 살상을 계속해 왔다. 급기야 서방의 중심축인 영국, 프랑스, 독일 세 정상이 긴급 회동을 갖고 이스라엘을 향해 즉각적인 인도적 물품 반입 허용과 더 이상의 민간인 학살 중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유럽 정상들의 동참도 잇따랐다. 나아가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국제법을 위반한 반인도적 공격을 계속한다면 경제제재와 무기금수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둘째, 국내적으로도 불안한 우파 연정으로 겨우 권력을 유지하는 네타냐후 정권에서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회에 상정되었고, 침공 하루 전 12일 투표에서 의회 120석 중에서 61표를 얻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6개월후 다시 상정되는 불신임안에서 그는 살아남기 어려운 막다른 코너에 몰렸다. 전쟁이 끝나면 부패 스캔들, 무리한 사법 농단, 하마스 공격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 등으로 네타냐후 정권의 운명도 함께 끝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란 핵 시설 공격이라는 위험천만한 마지막 도박 카드를 던진 셈이다. 실제로 이란은 6개월 이내에 핵 탄두 6~9개를 만들 수 있는 60% 농축 우라늄을 400㎏ 이상 비축했고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후티, 시리아 민병대 같은 이란 대리세력들의 궤멸과 약화도 이스라엘이 이란과 직접 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셋째, 미국과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이란 핵의 완전 포기라는 이스라엘의 요구가 관철되지 못하고 2015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수준에서 합의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자 이를 파기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 브로맨스를 자랑하던 트럼프와 네타냐후 사이에 갈수록 이견 노출이 심해지고 있었다. 지난달 트럼프의 중동 3국(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순방 나흘 동안 무려 2조 달러(약 280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유치하는 경제 순방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패싱하고,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이스라엘 입장을 대변해 주던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는 등의 상황에서 이란 공격으로 트럼프를 다시 이스라엘 쪽으로 끌어당길 필요가 있었다.
 
그럼 최고 지도자까지 표적 살해당할 위기에서 이란의 반격 카드는 무엇인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란이 휴전과 평화를 원하는 이유다. 다만 비장의 미사일로 알려졌던 하즈 카심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전에 사용됨으로써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어망을 뚫고 목표물에 명중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에게도 공포와 경각심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양국간 국경이 2000㎞나 떨어져 있어 지상전 없는 공중전으로 누구든 결정적 승리를 쟁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이란은 다음 단계로 이스라엘의 해외 시설과 인물, 미국이 계속 이스라엘 지원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웃 중동국가에 산재해 있는 미국 기지에 대한 공격, 마지막 카드로 전 세계 원유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카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 특히 중동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런 가능성은 낮지만, 하루빨리 양국간 전쟁을 멈추고 외교적 채널을 통해 휴전으로 가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절대적 과제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이번 전쟁은 미래의 잠재적 위협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한 주권국가를 선제공격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어 주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그나마 유지되어 왔던 냉전의 평화가 깨지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를 공격해서 점령해도 된다는 약육강식의 논리와 정글의 법칙이 버젓이 횡행하는 새로운 억지와 야만의 시대가 살아오는 듯하여 마음이 씁쓸하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터키 이스탄불대학 역사학 박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한국튀르키예친선협회 사무총장 ▷중앙아시아연구원(UNESCO-IICAS) 학술위원(한국대표) ▷성공회대 석좌교수 ▷국내외 저서 9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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