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내년 상반기 36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당 분리과세, 상속세 개편안,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확대 등이 현실화될 경우 대외적인 요인에 따라 단기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투자전략부 이사는 24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이날 김 이사는 "지금의 정책 기조가 변질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내놓은 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는 3600선을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분리과세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배당성향이 35% 정도로 오르고 한국의 명목성장률이 3.5%가 되고, 금리 인하가 내년 상반기에 한 번 더 이뤄지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것으로 가정한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연 이사는 코스피 3600 전망에 대한 근거를 네 가지로 제시했다. △달러 약세와 글로벌 경기 정체로 한국의 리플레이션 기대가 부각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 △장기 배당성향 확대, 잠재성장률 개선, 자사주 매입 소각 확대 등으로 유효 성장률이 상승한 반면 금리 인하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가정으로 요구 수익률은 하락했다는 점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14%로 과대 추정되지 않은 가운데, 수출증가율은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는 점 △일본 밸류업 사례다.
김 이사는 "미국은 금리는 내릴 것 같지만 재정 정책을 세게 쓸 가능성은 낮게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금리를 내리면서 강한 재정 정책도 동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달러 약세 기조인 상황에서 한국이 두드러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김 이사는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역대 최저치인 9.2%를 찍고 상승하는중"이라며 "장기 평균인 13.6%까지 회복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근 유입 자금 약 4조원을 제외하고 15조5000원 가량이 추가로 국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외국인 자금은 (종목을) 선택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패시브 자금은 아직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자금들은 정부 정책이 하나씩 현실화될 때마다 계단식으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밸류업 선례와 비교해도 코스피 3600 전망은 무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은 PBR이 1.1배에서 1.5배로 36% 정도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국내 증시가 5월 말 기준 PBR 0.88배에서 36% 가량 올라 PBR 1.2배 정도가 된다고 가정한다면 3500~3600선이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주도 업종인 AI, 지주, 화장품 등이 계속 주도주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김병연 이사는 "삼성전자, 이차전지, 자동차 등 주도주 자리에서 밀려난 대형 섹터들이 다시 주도주 위치를 회복하기보다는 현재 주도주 내에서 상승 모멘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주사 내에서 대형 지주사가 먼저 오르기 시작하고 중소형 지주사도 이후 오르게 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 대비 상승세가 크지 않은 코스닥의 경우에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이사는 "상법 개정 이슈 외에도 향후 벤처투자촉진법 개정, 스톡옵션 비과세,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R&D 세액공제 확대, 벤처 투자 등이 대기 중"이라며 "이런 정책들이 코스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코스닥의 25%를 차지하는 바이오 업종부터 유동성이 확보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