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동남아와 협력 확대 시사한 李 대통령…하반기 외교 무대서 구체화 돼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외국 정상과의 전화 통화 순서를 보면 동남아 지역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현재까지 미국-일본-중국-체코-베트남-호주-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순으로 정상 통화를 진행했다. 동맹인 미국과 첫 통화를 가진 후 중요 주변국들인 일본, 중국과 먼저 통화를 한 것은 이전 대통령들과 대체로 비슷한 행보이다. 하지만 첫 정상 통화 10개국 내에 동남아 국가가 이미 3곳이나 포함된 것은 이례적으로, 이전 대통령들이 일반적으로 서방 국가들과 먼저 통화를 한 것과는 차별화되는 행보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서 동남아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 대통령 역시 국익 중심의 외교를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공약과 같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서 시작된 우리 정부의 동남아 및 아세안 중시 외교 기조가 이재명 정부 들어서 한층 선명하고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동남아는 우리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을 더해가는 지역이다. 미국은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중심 전략을 천명한 가운데 동남아는 미·중 대결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최근 잇따라 거론되고 있는 주한 미군 재배치 가능성도 결국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본격화하는 것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이 전 세계의 눈길을 끄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남아는 안보 협력 가능성과 함께 국내 방산업계의 유망 시장이기도 하다.

아울러 6억5000만명의 인구와 함께 풍부한 천연 자원을 보유한 동남아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중심의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베트남은 삼성, LG, SK 등 국내 기업들이 1만개 이상 진출한 가운데 우리의 3위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자원, 반도체 등 측면에서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는 관광, 유학, 이민 등 민간 교류도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미 우리 삶 속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자국 우선주의 행보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국가들과 협력을 도모하고, 국익 중심 외교 노선을 시사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에서 베트남(46%) 등 동남아 국가들이 고율의 관세에 직면한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구체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베트남 등 주요 교역국들이 현재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고, 일각에서는 관세 유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 해당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근로, 치안, 유학 등 민생 영역에 있어서도 심층적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하반기에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주요 다자 외교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고,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도 예상된다. 따라서 이 같은 외교의 장을 통해 이 대통령이 제시한 동남아와의 실용적 외교 노선을 구체화할 수 있는 준비 역시 본격화 되어야 할 것이다.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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