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나운 독립= 최지현, 서평강, 문유림 지음. 무제.
1980년대생 세 여성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내밀한 언어로 기록했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어찌 보면 비범한 이들은 온전한 나, 그리고 나의 언어를 향한 사나운 독립의 과정을 찬찬히 적어 내련다. 세 작가의 에세이는 '딸들의 독립'이라는 주제로 묶을 수 있지만, 각 글은 뚜렷한 개성을 보여준다.
최지현 작가는 맏딸로 이어지는 여성의 삶을 자신이 엄마가 된 자리에서 돌아본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와의 추억, 엄마와의 아픈 기억, 성장의 장면 하나하나를 짚으며 앞선 여성들과 이어진 자신의 길을 곱씹는다. 서평강 작가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은 엄마와의 이별 과정을 그리고, 문유림 작가는 자신을 일으키고 또 무너뜨린 사랑의 기억을 좇으며 집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이들의 기억과 생각은 지극히 개별적이지만 공감을 자아낸다. 이들이 용감하게 걷는 사나운 독립의 여정에 함께하면서 읽는 이들 역시 진정한 나를 고민하고, 나와 화해하고, 온전한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운 고향은
내가
떠나온 곳이었다.
그녀는
떠나가니
나의
엄마가 되었다. (307쪽)

같이 읽자는 고백=김소영 엮고 씀. 이야기장수.
김연수, 신형철, 장류진, 김초엽, 정세랑, 박상영, 백수린, 최은영, 정보라 등 한국 문단의 작가와 명사 37인이 한 권의 책에서 만났다. 이들은 책발전소 ‘이달의 큐레이터’ 레터를 통해 그들의 인생을 파도처럼 흔든 한 권의 책을 꼽고, 독자들에게 마음을 담은 한 통의 편지를 썼다. 책발전소북클럽 회원들에게만 유료로 발송됐던 ‘같이 읽자’는 책편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작가들의 책편지들에는 책과 인생에 대한 특별한 시선과 애정이 스며 있다. 평론가 신형철은 늦깎이 아버지가 된 이후 더욱 애틋해진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소설가 박상영은 소설가 박완서의 산문집 <두부>를 추천하며 박완서 작가와의 구수한 추억담을 풀어낸다. 소설가 최은영은 지옥의 한복판에서도 끝없는 사랑의 힘을 발견하게 하는 책 한 권을 선사한다. 책발전소북클럽의 대표이자 이 책을 엮은 김소영은 책 서두를 통해 이 편지들이 자신의 삶에 어떤 힘을 줬는지 등을 고백한다. 이 책의 37인 필진 인세 전액은 가출 청소년 쉼터와 보육원, 병원에 청소년을 위한 책을 기부하는 데 쓰인다.
“이미 베스트셀러여서도 안 되고, 다른 곳에서 이미 추천하셨거나 추천사를 쓰신 책이어도 안 되고, 선생님들이 꼭 나누어 읽고 싶은 인생의 책을 소개해주시고, 진심 어린 (그리고 넉넉한) 편지도 부탁드립니다. 누가 이러한 부탁을 들어주겠는가 싶었으나, 놀랍게도 출판인뿐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공통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책을 건넬 수만 있다면 결코 마다하지 않는, 뜨겁고도 참을 수 없는 마음 말이지요.” (8쪽)

먹던 거랑 먹는 와인=이영지 지음. 래디시.
떡볶이스파클링, 순대레드, 만두화이트.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잘 찾아주는 사람’인 저자는 매달 ‘이달의 와인’ 세 병과 페어링하기 좋은 일상음식을 제안한다. 이 책에는 감자칩, 햄버거, 김치찜, 옛날통닭, 보쌈, 떡볶이 등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와인 페어링 공식이 담겼다. 저자는 와인에 대한 지식을 계절, 기분, 어울리는 음식의 맛을 소재로 쉽게 풀어낸다. 책에서 제안하는 맛있는 페어링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와알못’이라도 포도 품종 등 와인의 기본 지식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
“삼겹살에는 온갖 요소가 있지만 핵심은 역시 몇 점 먹다 보면 혀를 번들번들하게 코팅하는 돼지기름으로 인해 살짝 느끼해지는 순간이겠죠? 바로 그때 삼겹살레드를 한 모금 들이켜면 산뜻한 라즈베리 주스 같은 액체가 입안을 깨끗이 씻어줍니다. 아, 청량해라. 기분까지 산뜻하게 씻어주며 다음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식과 와인이 만나면 멈춤 버튼 없이 계속해서 서로가 서로를 상생하게 하는, 뫼비우스 띠 같은 페어링이 발생합니다.” (7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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