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도입 가능성까지 고려해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을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 소재 개발·제조 전문 기업 엘티씨는 오는 10일 자회사인 엘에스이의 상장과 관련한 주주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엘에스이는 엘티씨의 연결 기준 매출 71%, 영업이익 99%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로, 상장 시 모회사 가치 희석과 소액주주 소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16일 거래소와 금감원에 탄원서를 제출해 이번 상장이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회사 상장이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신뢰 회복 기조에 정면 배치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상법 개정과 연관 짓는다.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진이 특정 주주에게만 이익이 되는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배임 책임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실리콘투처럼 내부자가 대규모로 지분을 매각한 뒤 주가가 급락할 경우 일반주주가 경영진의 책임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향후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이 자사주를 서둘러 처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태광산업, SKC, SK이노베이션, 네온테크, 모나용평, KG에코솔루션, 바른손 등 7개 기업이 자사주를 잇따라 공시했다.
가장 논란이 컸던 태광산업은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EB 발행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지난 2일 밝혔다. 태광산업은 지난 26일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3186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 내용을 취소하거나 번복할 경우 불성실공시로 제재할 수 있어, 태광산업이 EB 발행 결정을 불과 며칠 만에 보류하면서 제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상법 개정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리 강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해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 기능을 높이고,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확대해 경영진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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