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초강력 대출규제 발표 이후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일부 지역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로 최대 6억원까지만 가능해 ‘고액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수요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면서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 및 단지로 내 집마련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자금대출 한도까지 줄어들고 추가 규제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해당 지역의 특성이 집값 하락기에는 가장 먼저 영향을 받아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노원구의 평균 아파트 거래금액은 6억3669만원이다. 같은 기준 도봉구와 강북구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각각 5억4060만원, 6억3577만원으로 집계됐다.
노도강의 경우 평균 아파트값이 6억~8억원 선에 형성돼 있어 대출 제한을 받더라도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집값이 8억5000만원일 경우 수도권 주담대 6억원 한도가 적용되더라도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했을 때와 대출금액에서 큰 차이가 없다.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가 늘어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대출 규제 전 서울 불장 흐름에 노도강에서는 신고가가 잇따랐다.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전용면적 84㎡)는 지난 6월4일 7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7억4500만원)와 비교하면 4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중계동 중계 한화꿈에그린 더 퍼스트(전용면적 121㎡)는 지난 5월12일 종전 거래보다 1억2900만원 오른 13억29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규제 풍선효과로 노도강 매수 수요 확산 가능성이 나오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기존에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현지 공인중개업계는 전한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불장 당시 다른 지역이 크게 올라 노원구 역시 집값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크다"며 "당장 호가를 높이기보다는 매물을 거둔 채 시장 상황을 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아파트 시장으로 실거주 내집마련 수요가 유입되며 집값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주택자들의 수요가 많은 정책대출을 조이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 문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출 규제에서 ‘신생아 특례’는 5억원에서 4억원, ‘신혼부부 특례’는 4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한도가 축소됐다. 생애 최초 특례 한도는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또 ‘학습효과’도 노도강 집값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21~2022년 집값 급등기에 노도강은 뒤늦게 상승세를 추격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2023년 들어 부동산 한파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집값이 떨어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 외곽 지역에 풍선효과가 일정 부분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책대출도 한도가 축소돼 고가는 물론, 중저가 주택의 구매력도 약화돼 전반적인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