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中企여 '타코(TACO)'의 장난에 흔들리지 말자 

정연우 기자
정연우 산업2부 기자

궁지에 몰리면 도망치기를 반복하는 타코(TACO)의 장난에 한국 중소기업이 긴장하고 있다. 

타코는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자로,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도망간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꼬는 뜻의 유행어가 됐다.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데드라인을 번복하는 데 있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협상 여지를 열어놓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상호관세 시한을 1일로 못 박았다. 앞서 지난 4월 9일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뒤 한국에는 기본관세 10%만을 부과해 왔다. 양국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8월 1일이 되면 초 책정했던 수준인 25%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부터 총 27차례에 걸쳐 상호관세 데드라인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처음에는 고율 관세로 압박하다 유예와 철회를 되풀이하는 모습이 '타코'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이는 관세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로 상대를 헷갈리게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문제는 트럼프의 한 마디에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는 한국을 가리켜 '부유한 나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1년에 군사비로 100억 달러, 우리 돈 13조7000여억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은 트럼프 정부의 시소 관세 정책 탓에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기업과 비교해 재무와 인력 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수출 중소기업은 무역장벽 높이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기 때문에 수출이 감소한다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앞서 중기부는 미국 상호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4조6000억원의 정책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술에 흔들릴 이유는 없다. 일본과 인도 역시 마감 시한에 쫓기지 않고 오히려 할 말을 하면서 버티는 분위기다. 유예 기간이 정해졌으니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수출 중소기업을 협상 카드로 내세우는 건 어떨지 싶다.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꿈꾸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 될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통보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3주는 긴 시간이다. 새 정부에서 획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