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하는 이들이 흔히 겪는 문제 중 하나는 ‘충전은 완료됐지만 실제 사용 시간은 짧아졌다’는 점이다. 배터리가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기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은 ‘메모리 효과(memory effect)’로 설명될 수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효과는 충전식 배터리가 반복적으로 부분 방전과 충전을 거치는 과정에서, 실제 전체 용량보다 적은 구간만을 사용하는 패턴을 기억하게 되는 현상이다. 그 결과 배터리는 내부에 충분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전압이 급격히 떨어지며 기기가 작동을 멈추는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 현상은 특히 니켈-카드뮴(Ni-Cd) 배터리에서 두드러진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충전이 반복되면 음극 표면에 카드뮴 결정이 점차 자라나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면적이 줄어들고, 출력 전압은 불안정해진다. 이로 인해 기기는 에너지가 충분히 남아 있어도 전원 공급이 끊긴 것처럼 작동을 멈춘다.
실제 사용 사례에서도 이러한 패턴은 자주 나타난다. 배터리의 약 30%만 사용한 뒤 곧바로 충전하는 습관을 반복하면, 배터리는 이후에도 30% 수준까지만 방전하려는 성향을 띠게 된다. 이른바 ‘에너지 착시’ 현상으로, 남은 용량은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한다.
다만 모든 배터리가 이 현상에 동일하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니켈-수소(Ni-MH)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에 덜 민감하지만, 반복적인 부분 충전이 누적될 경우 점진적인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Li-ion)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큰 결정이 형성되지 않아 메모리 효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러나 메모리 효과가 없다고 해서 리튬 이온 배터리를 무제한으로 충·방전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 대신, 충·방전 주기 반복으로 인해 내부 화학 구조가 점차 열화되는 '수명 저하(Cycle Aging)'가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전체 용량의 점진적 감소로 이어지며, 배터리 성능 저하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니켈 계열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충전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정 주기마다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한 뒤 재충전하는 ‘정방전(full discharge)’을 통해 메모리 효과를 줄일 수 있으며, 잦은 얕은 방전(shallow discharge)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과충전과 과방전을 방지할 수 있는 스마트 충전기의 사용, 장기간 보관 시 30~40% 정도 충전된 상태로의 저장 등이 권장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아무리 진보하더라도,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사용자의 몫”이라며 “무심한 충전 습관 하나가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고, 반대로 사소한 관리 하나가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에너지 효율 시대에는 기기를 바꾸기 전에 사용 태도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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