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고 감싸며…사제간 '환상의 하모니'

  • 손민수ㆍ임윤찬 듀오 리사이틀

  • 격류와 호수가 조화된 피아노 연주

  • 청중들은 축복의 선율에 기립 박수

손민수와 임윤찬 사진목프로덕션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49)와 임윤찬(21)의 듀오 리사이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이 열렸다. [사진=현대카드]

잔잔한 청색 호수 위로 격류가 몰아쳤다. 스승인 손민수가 호수였다면 제자인 임윤찬은 격류였다. 둘은 부딪히듯 밀고 당기며, 요동치고 또 끌어안으며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냈다. 거세게 밀고 오는 격한 흐름은 때때로 호수의 고요함을 깨뜨렸지만 호수는 '나에게 오라'며 물살을 감싸안았다. 폭류가 될 뻔했던 두 흐름은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피아니스트 손민수(49)와 임윤찬(21)의 듀오 리사이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을 직관하기 위한 이들로 넘쳤다. 객석을 메운 관객 상당수는 여성이었다. 두 스타 피아니스트의 티켓 파워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은 교감의 무대였다. 12세부터 손민수에게 사사한 임윤찬이 “선생님은 제 인생과 음악 모두에 절대적이고 전반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듯 둘 사이의 견고한 신뢰는 피아노 위에서 그대로 구현됐다. 전혀 다른 호흡, 상반된 결을 지닌 두 연주자는 가까이에서 서로의 눈을 응시하고 서로의 울림에 귀 기울이며 피아노의 노래를 만들었다. 임윤찬의 격한 숨결과 손민수의 고요하며 섬세한 숨결은 서로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의 호흡이 됐다.

 
손민수오른쪽와 임윤찬  사진현대카드
손민수(오른쪽)와 임윤찬 [사진=현대카드]


손민수가 앞서 기자들과 서면으로 인터뷰하면서 “서로의 해석, 숨결, 소리의 밸런스를 유연하게 느끼고 반응할 수 있어야 비로소 두 대의 피아노가 진정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듯 스승은 제자가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도록 섬세한 절제로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줬다. 둘은 연주하면서 눈을 마주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서로의 에너지는 중첩됐다. 스승은 격류의 에너지를, 제자는 절제의 에너지를 수용했다. 서로 다른 에너지가 중첩되고 변화하며 균형과 조화를 이뤄냈다. 

특히 막바지로 가면서 호흡은 피아노의 노래가, 또 춤이 됐다. 첫곡인 요하네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바단조 Op.34b’에서는 서로 다른 인격체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임윤찬은 내내 격정적인 연주를, 손민수는 절제된 연주를 보여주다가 막바지에 강렬하게 화합했다. 

2부 첫 작품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Op.45’에서는 둘 모두 잠시 느슨해지는 듯하다가 격정적으로 빠져들며 쉼 없는 가쁜 호흡으로 내달렸다. 묵직하고 빨랐다. 하지만 마지막에 작곡가 이하느리가 편곡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에서 둘의 피아노 연주는 신들린 듯한 가벼운 하나의 춤이 됐다. 완전한 조화를 찾은 데서 오는 희열감마저 느껴졌다. 

청중들의 기립박수가 콘서트홀을 가득 메우는 순간 '축복'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임윤찬이 "선생님과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제겐 축복이에요"라고 말했듯 이날의 연주는 두 사람에게도 또 청중에게도 축복이었다. 
 
사진현대카드
[사진=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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