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쓰나미] 대미 자동차 수출 1년만에 -20%...기로에 선 韓 완성차

  • K-자동차, 상반기 대미 수출액 전년대비 16.5% 뚝

  • 1~3차 협력업체로 구성된 부품업계도 생존 위기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평택항에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자동차·부품 수출액 930억 달러(약 130조원) 돌파, 수출액 대비 무역흑자 비중 1위."

'K-자동차' 산업이 생존 기로에 섰다. 대미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자동차 수출액이 1년 만에 20% 가까이 곤두박질쳤고,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1400여 곳에 달하는 부품 생태계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한 부품업체 임원은 "미국이 자동차 부품 관세 25%를 발효한 후 0원이던 관세비용이 벌써 200만 달러로 치솟았다"면서 "마른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는 절박한 심정으로 매일 관세 뉴스만 확인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0일 한국무엽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자동차 수출액은 370억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같은 기간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107억7300만 달러로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8억5200만 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16.5%나 급감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3월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산업에서 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와 부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49.1%, 36.5%로 나타났다. 기업별 대미 수출 비중은 현대차 54.3%, 기아 37.5%, 한국GM 84.4% 수준이다. 고율 관세가 지속되면 대미 수출물량 감소는 물론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기업이 생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면 현지에 진출할 여력이 없는 대부분 부품업체는 생사 기로에 놓이게 된다.
 
특히 K-자동차 산업의 '맏형'인 현대차그룹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상치 않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미국에서 120만대(앨라배마 36만대·조지아 34만대·매타플랜트 50만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전체 판매량 중 60%에 불과하다. 후발 주자인 현대차그룹이 시장점유율을 잃지 않으려면 관세 고통을 자체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데 증권가에서는 이 비용이 연간 4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의 18.5% 수준이다. 한국GM 역시 연간 생산량 중 90%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고율 관세가 지속된다면 공장 존속이 위태로울 수 있다. 
 
부품업계 위기감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 산업 하청업체는 대게 상위업체의 손실 비용을 공동 부담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재무구조가 가장 약한 최하위 하청업체부터 무너지고 산업 전체 생태계가 망가진다.

익명을 요구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행 25%인 관세율은 부품 생태계를 구성하는 1400여 개 모세혈관과 같은 중소업체들에 너무나 가혹한 조치"라면서 "정부가 특단의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율을 무조건 10% 미만으로 낮춰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미국, 멕시코 등에 현지 공장 세울 수 있는 부품사들은 완성차 기업이 일정 물량을 약속한 1차 협력사 등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라면서 "90% 넘는 중소 부품사들은 관세 부담과 공급망 이전 비용을 동시에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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