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며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지식산업센터가 부동산 시장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매매거래는 감소하고 경매물량은 늘고 있는 데다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만 쌓이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바람에 발맞춰 지식산업센터의 주거용 전환 추진 검토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23일 경·공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월 경매로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347건으로, 2001년 통계 시작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5월 314건에 이어 최고치를 잇달아 갱신하고 있다. 매각율은 19%로 극히 저조하고,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매각가율) 평균은 55.3%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매매시장에서도 찬밥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552건으로, 직전 분기(971건)와 비교해 43.2%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전 분기 3959억원보다 44.8% 하락한 2184억원을 기록했다. 전용면적당 가격은 평균 1468만원으로, 직전 분기 1581만원에서 7.1% 하락했다.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며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서 제외되고 공급 주체가 지자체에서 민간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2020~2022년에 집중 분양됐다. 분양 또는 매입 가격의 약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요도 뒤따랐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려 2022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줄고 공급은 넘쳐났다.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6월 기준으로 2022년 1369개, 2023년 1507개, 2024년 1539개, 올해는 1547개에 달한다. 결국 공급 과잉에 따라 미분양이 이어지면서 지식산업센터 개발에 뛰어든 디벨로퍼·부동산신탁사·중견 건설사들의 재무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신한건설은 경기 화성 지식산업센터 등 미분양 여파로 이달 2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저건설, 안강건설 등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지식산업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업종을 확대했지만, 미분양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지식산업센터에 대해 주거·숙박시설로 용도 전환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영국 런던시처럼 수요가 급감한 오피스를 아파트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해외의 컨버전 주택 사례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용 시설을 주거용으로 활용함으로써 단기적인 공급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정부가 지식산업센터 등의 주거 전환에 대한 적극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지식산업센터 내 ‘지원시설’ 활용을 위해 도시계획상 공장 용도에 대한 규제 및 제한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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