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극복] 수도권 과밀이 부른 '인프라 블랙홀'…지방은 침체의 악순환

서울 마포구 도로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도로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과밀화가 심화되면서 인프라를 빨아들이는 '인프라 블랙홀 현상'이 국가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로 부상하고 있다. 수십조원을 투입하는 사회기반시설(SOC) 인프라 투자가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지방은 갈수록 인구 유출, 경기 침체 등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인프라 시장은 약 562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공공투자 비중은 65.7% 수준이다.

특히 서울은 단일 도시임에도 전체 인프라 투자 비중의 26.1%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투자의 상당부분이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는 방증이다.  

정부 예산에서도 이러한 편중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2025년도 국토교통부의 예산 중 33.7%가 SOC 관련 사업에 책정됐고 최근 확정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1조8754억원 중 8475억원도 SOC 투자 확대에 배정됐다. 

하지만 이들 예산 대부분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서울·수도권 도로망 개선 등 핵심 수도권 SOC 사업에 집중돼있다.

이 같은 편중은 오히려 교통체증, 미세먼지, 열섬현상, 주거비 상승 등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통근 시간 문제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 평균 출퇴근 시간(왕복)은 73.9분이며 수도권은 이보다 더 긴 평균 82분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8분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실제 서울은 지난 10년간 35도 이상 폭염일수가 6.4배 증가해 전 세계 주요 대도시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기후·환경이 유사한 프랑스 파리와 비교해도 큰 차이다.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 인프라 정비에 비해 지방 대도시나 중소도시의 기반시설 확충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지방은 정반대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기업은 떠나며, 일자리와 세수는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다시 인프라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도권과 지방 예산 배분의 비율 논쟁을 넘어 각 지역의 산업 특성과 성장 가능성, 생활 인프라 격차를 정밀 분석해 지역 맞춤형 인프라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단기적으로만 대응하게 된다면 국가경쟁력 저하와 함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장기적인 파급 효과를 고려해 균형 발전을 추진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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