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수리기사 박모씨가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박씨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삼성전자서비스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에 종사해 삼성전자서비스와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로 박씨는 소송 12년만에 근로자 지위를 확정받았다.
앞서 지난 2013년 협력업체 소속 수리기사들은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가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서비스와 수리기사 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며 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삼성전자서비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과 삼성전자서비스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있었다"고 판시하며 협력업체 직원과 정규직 지원 임금의 차액만큼을 밀린 임금으로 인정해 수리기사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하고, 불법 파견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도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 서비스 기사들은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근로에 종사했다"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년전 소송을 제기한 수리 기사는 1300여명에 달했지만 2심 진행 중 상당수가 노사 합의로 직접 고용돼 4명만 남기고 소를 취하했다. 3명은 대법원 심리 중에 소를 취하해 1명만 소송을 이어왔다.
2심에서 패소한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즉각 상고했다. 이들은 상고이유로 관련 형사사건에서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이 확정된 점을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는 파견법 위반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정당하다고 봤을 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아 이 사건에서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형사판결의 사실인정에 배치되지 않는다"며 원심 판단을 지지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박씨가 2006년 6월 협력업체에서 퇴사했다는 점도 상고 이유로 들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직접 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된 이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관계에서 사직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정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 간주와 관련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판결에 앞서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현직 삼성그룹 임원 30여명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시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21년 2월 대법원 유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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