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79년 '중월전쟁'을 치르기도 했던 '악연' 중국과 베트남이 이달 사상 처음으로 육군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양국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군사적 유대관계를 심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국방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이달 중하순 중국과 베트남이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육상·해상에서 공동으로 국경 순찰을 실시한 바 있으나 육군 합동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국방부는 “이는 양국이 실시하는 첫 육군 합동훈련”이라면서 “양국 군 간의 실무 협력을 더욱 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광시 지역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중국과 베트남 간 군사 협력 심화 움직임은 양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베트남은 대미(對美) 흑자 규모가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작년 기준) 수출 강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 겨냥하는 동남아시아국가 중 한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베트남에 46%의 고율 관세를 매긴 바 있다.
이후 이달 초 베트남과 20% 관세 합의에 도달했다고 일방적으로 밝혀 베트남 측을 당황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예비 합의에서 11%였던 관세가 두배가량 뛴 데다, 베트남을 경유한 제3국 제품에 4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국으로, 베트남은 미중 사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역시 핵심 경제 파트너인 베트남에 미국과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협정을 체결하지 말 것을 경고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베트남을 방문해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의 군사 협력 심화는 경제적 협력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군은 지난 4월 베트남의 사이공 함락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처음으로 참여했고, 같은 달 둥쥔 국방부장(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해 국방 협력 강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특히 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우호적인 군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 간의 군사적 관계는 영토 분쟁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 동안 더욱 심화됐다”면서 “긴밀한 경제 파트너들이 미국의 관세 전쟁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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