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관세 협상 위해 5년간 70만t씩 미국산 밀 수입 약속

  • 미국 무역적자 폭을 줄이면서 동시에 미국과 더 유리한 협상하기 위한 포석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정부가 자국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향후 5년간 매년 70만t의 미국산 밀을 수입하기로 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식량부와 미국밀협회(USW)는 전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밀협회는 밀 생산자들을 대표하는 미국 비영리 단체다.
 
이번 MOU는 미국이 오는 8월 1일부터 방글라데시 수출품에 대해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체결됐다. 이에 방글라데시 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주요 산업인 의류업계가 반발하고 나서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관세 완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으로 미국산 밀 대규모 수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 연간 약 700만t의 밀을 수입하고 있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흑해 지역산이고 미국산 고급 밀은 일부만 도입해 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향후 5년간 매년 70만t 규모로 미국산 밀 수입을 확대하게 된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의 알리 이맘 마줌더 식량부 고문(장관격)은 MOU 체결식에서 “MOU 체결로 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밀이 자국에 꾸준히 공급될 뿐만 아니라 양국 무역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은 해당 MOU가 지난해 60억 달러(약 8조4000억원)에 이른 미국의 방글라데시에 대한 무역적자 폭을 줄이는 동시에 방글라데시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미국과 더 유리한 협상을 벌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방글라데시 의류업계는 최근 미국의 고관세 방침에 따라 가격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며 강한 반발을 제기해 왔다. 미국은 방글라데시 의류 수출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다.
 
로이터통신은 “방글라데시 당국의 이번 결정은 새로운 무역 협상 기회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며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입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지난해 8월 대학생 시위로 사임하고 인접국 인도로 도피한 뒤 과도정부 체제로 전환돼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류산업은 이전 정부와 결탁한 기업들의 연쇄 폐업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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