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줄이라는 정부 눈치?…은행들 건전성 관리 총력

  • 신한·NH농협, RWA 시스템 고도화…우리, 분할상환방식 신설

주요 시중은행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전경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전경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새 정부 눈치 보기에 돌입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 방향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대신 기업대출,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들 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연체율이 높다. 이에 대출에 분할상환방식을 신설하거나 자체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에 나서며 자본 건전성을 챙기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12월까지 내부등급법 변경승인을 획득하기 위한 새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산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지주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해 산출된 리스크 측정요소를 활용해 신용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분기별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지난해보다 0.07%포인트 높아진 13.1%에 맞추기로 하면서 금융당국의 내부등급법 재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신용 RWA 산출시스템은 매년 높아질 CET1 목표치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고도화될 전망이다. 

다른 은행들도 건전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NH농협금융은 9월까지 유동성·금리 리스크와 신용리스크 현황을 진단하고 RWA 산출 방법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과 직장인대출에 분할상환방식을 신설하고 신용 우수(CB1등급)고객에 대해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량 고객 혜택을 강화하고 대출 원금을 균등하게 나눠 상환하도록 해 연체율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다. 

이는 정부 기조에 맞춰 가계대출 총량을 조절하면서도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새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자 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려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건전성 관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통상 기업대출,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주담대 등 가계대출보다 높다. 

인터넷은행은 신규 대출 취급액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대출로 채워야 해 가계대출 중 하나인 신용대출을 마냥 줄일 수 없다.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 RWA를 낮출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 등으로 경기 불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면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모르는 만큼 은행마다 은행마다 건전성 관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새 정부는 밸류업도 중요하게 보고 있어 RWA 규제 완화 조치가 나올 때까지 관리를 조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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