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순열 서울변호사회장 "전관예우 악습, 이젠 끊어야 한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지난 22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전관예우의 악습을 이제는 끊어야 할 때라고 얘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지난 22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전관예우의 악습을 이제는 끊어야 할 때"라고 얘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다수의 변호사 사무실이 위치한 강남역이나 서초역, 교대역 등을 다니면 변호사 광고마다 손쉽게 ‘판사 출신’, ‘검사 출신’이라는 문구를 찾을 수 있다. 한류의 중심이 있는 K-드라마를 보면 악당이 몹쓸 짓을 저지르고도 고위직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를 통해 손쉽게 풀려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법관 출신입니다’, ‘판사·검사 출신입니다’라고 광고하면서 사건 수임을 유도하는 나라”라며 “마치 ‘우리는 비선으로, 로비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광고를 대놓고 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미국, 일본, 몽골 어디를 가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선 사법부의 권위를 해친다는 이유로 판사 출신이 개업할 경우 이를 윤리강령 위반으로 라이선스까지 박탈할 수 있다. 몽골도 개업하려면 최소 2년을 지나야 하고, 그 후에도 사회적으로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 문화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대부분 정년까지 근무하며, 개업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

조 회장은 “정반대로 우리는 고위직일수록 ‘대법관 출신’이라고 자랑하면서, 수임료를 더 받고 있는데 이는 세계 유일한 구조이며,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며 “로펌들이 앞다퉈 전직 대법관이나 검사장을 유치하는 이런 문화는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방치돼선 안 되는 문제”라고 힘 주어 말했다.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조 회장이 처음 내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돼 왔지만 수십년 넘게 자리잡은 악습은 오히려 더 악화되기만 했다.

조 회장은 규제와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서울변회와 변협은 각 변호사에 대한 광고 규제를 강화해 위반 시 강력하게 규제할 방침이다. 또한, 사회적 캠페인을 통해 ‘법관은 개업해서는 안 된다’, ‘전직 타이틀로 수임하는 건 부도덕하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조 회장은 “법원·검찰에 가는 사람은 아예 애초에 변호사 등록을 안 주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최소한 등록비에 차등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며 “사회적 분위기가 더 무르익어 개업 윤리를 확실히 해 제도적 단절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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