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이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해 대미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 프로젝트 투자를 위한 펀드를 창설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날 미국과 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비슷한 방식이다.
펀드 규모 및 범위는 유동적이지만 미국은 총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요청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구체적으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4000억 달러(약 548조원)의 투자를 제시했다고 한 소식통은 언급했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당초 4000억 달러 투자를 제시한 후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이 수치를 5500억 달러(약 754조원)로 높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과의 협정 체결 사실을 알리며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이 그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은 미국에 자동차와 쌀 등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그 대신 미국은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를 종전 25%에서 15%로 낮췄고, 자동차 관세도 종전 25%에서 12.5%로 낮추기로 했다.
한 소식통은 한국 측이 일본과 비슷하게 관세율 15%(자동차 포함)를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 역시 보잉 항공기 및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약속한 일본처럼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는 방안이 협상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다.
다만 일본의 경제 규모는 한국의 2배 이상에 달하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과 같은 수준의 약속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아울러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관세율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한국 자동차업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윌리엄 초우 연구원 일본 석좌는 전날 미국과 일본의 협상 타결이 한국에 많은 부담을 가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만일 그들(한국)이 15%의 관세율을 얻어낼 수 있다면 기뻐하겠지만 한국은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역시 앞서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지금 독일 차는 일본 차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 독일은 관세가 25%이기 때문이다"라며 "한국의 현대도 같은 상황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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