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이유로 사퇴를 거부해 온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협상을 매듭지으면서 이시바 총리의 퇴진 여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닛케이와 TV도쿄가 지난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3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최저치로, 전체 응답자의 61%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에 대해 “즉시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36%에 달해,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현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의 사임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르면 8월 중 사퇴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치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내에서는 중·참의원 양원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옛 아베파, 모테기파, 아소파 등 주요 파벌이 주축이다.
당 지도부는 양원 의원 간담회를 의원총회로 격상시켜, 이시바 총리에 대한 책임 추궁 및 구속력 있는 의결로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원 의원총회는 인사 등에 의결권을 갖는 자민당 내 제도로, 소속 의원 3분의 1의 요구로 소집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현재 서명운동은 중견, 신진 의원을 중심으로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옛 모테기파 출신 사사가와 히로요시 의원은 “총회 소집에 필요한 만큼의 서명은 다 모였다”고 말했다.
소장파 의원들은 더욱 강력하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당 청년국장을 맡고 있는 나카소네 야스타카 의원이 이날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을 찾아가, 참의원 선거 평가 이후 당 지도부와 총리의 사임을 사실상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포스트 이시바’를 노리는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 결선에서 이시바 총재와 맞붙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24일 옛 아베파의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과 면담했다. 같은 날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도쿄 시내에서 파벌 소속 젊은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나라현 등 일부 지방조직에서도 집행부에 인사 쇄신을 요구하는 의견서가 잇따르고 있다. 모테기 전 간사장은 26일 한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중의원(하원), 도쿄도 의회,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모두 패한 것을 두고 “스리 아웃 체인지의 상태”라며 “리더를 포함한 주요 멤버를 정해 다시 해 나가는 모습이 재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교도통신은 “포스트 이시바 후보 중에서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한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며 “이시바 총리 끌어내리기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전날 NHK에서 총리직 고수 결의가 흔들린 적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그것은 없다”고 부정했다. 그는 “사심을 갖지 않고 국민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도 “합의에 이르렀지만, 실행은 이제부터여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일각에서는 이시바 총리 유임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X(구 트위터)에서는 ‘#이시바 그만두지 마(石破辞めるな)’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 25일 밤 총리관저 앞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유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약 1200명이 모여 “이시바는 싸워라”, “포기하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산케이는 현직 총리의 유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전 장관과 신흥 정당인 참정당의 부상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반다카이치·반참정당’ 성격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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