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지난 7월 7일 한 교육단체 포럼에서 'PISA 최상위 국가의 성취도 추이 비교와 시사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21일 중3과 고2 학생의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포럼과 발표에서 공통 관심사는 학업성취도 변화 추이와 기초학력 부진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중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대표적이 두 가지 시험은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와 TIMSS(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이다. 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으로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하며 읽기, 수학과 과학 영역에서 실생활 문제해결능력 중심으로 평가한다. TIMSS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 주관으로 1995년부터 4년 주기로 실시하며 수학과 과학 영역에서 교과서 기반으로 지식과 기능 중심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전국 학업성취도평가는 초·중·고 학생들의 학업 성취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1959년부터 매년 실시되다 2013년에 초등 6학년을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고, 2017년부터 중3과 고2 학생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 평가는 전수평가와 표집평가를 오락가락하며 실시되다 2022년에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로 변화하는 등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국어, 수학, 영어 등 세 과목(중3은 사회와 과학 중 택1 추가)의 교과별 성취도를 4단계(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로 분류하여, 학교별로 결과를 공지하고 개별 학생들에게 통지한다.
PISA의 가장 최근 평가인 ‘PISA 2022’에 전 세계 81개국(OECD 회원국 37개국, 비회원국 44개국)에서 약 69만명이 참여하였으며, 우리나라는 186개교(중 14개교, 고등 168개교)에서 총 6931명이 참여하였다. OECD가 발표한 'PISA 2022 결과'(2023년 12월 5일)에 의하면 전체 81개 참여국 표집 학생의 영역별 평균 점수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는 4위, 수학은 6위, 과학은 5위에 위치하였지만 표집오차를 고려하여 읽기는 2~12위, 수학은 3~7위, 과학은 2~9위로 발표되었다. 또한 OECD 회원국만 비교하면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OECD 평균보다 높은 평균 점수를 기록하였고 읽기 1~7위, 수학 1~2위, 과학 2~5위로 전체 참여국 비교보다 더 높은 성취를 나타냈다.
한편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중3과 고2 전체 학생 중 약 3%를 표집하여 2만7606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7월 21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어 교과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중3은 10.1%, 고2는 9.3%로 나타났고, 코로나19 이후 계속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국어, 영어 및 수학 교과 등 모든 교과에서 ‘보통 및 우수학력’ 학생 비율이 계속 감소했으며, 특히 국어 교과에서 감소 비율이 컸다. 이처럼 국어 교과의 학력이 저조해진 이유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대면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학교 수업에서 디지털 콘텐츠 활용이 강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어 성취도 저하는 수학이나 영어 등 다른 과목의 학습에서 학생들의 이해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기초학력을 보완하고 학습동기를 진작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내외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를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먼저 PISA 2022 결과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여전히 상위권에 위치해 있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비교적 성공적인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OECD 회원국이 아닌 아시아 국가들(싱가포르, 마카오, 대만, 홍콩 등)의 성취도가 최상위에 있으므로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또한 PISA 2012 대비 PISA 2022 결과의 변화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의 수학 영역 최상위 비율은 급감하고 최하위는 급증하여 ‘수포자’가 큰 문제로 드러났고, 읽기 점수의 하락 추세가 심화되는 것도 우려스럽다.
한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두 가지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개인별 성취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데 현재는 표집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 대상 학생의 일부만 참여하는 표집평가로는 학생 대부분이 자신의 학업성취도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사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 대해서는 학습 결손을 적기에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해당 학생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므로 전수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의 공개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다. 학력 줄세우기와 사교육 폭증을 우려하는 공개 반대 측과 학부모의 알권리 보장과 공교육의 기본적 책무라는 공개 찬성 측 주장이 대립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 무효 확인 소송에서 5월 15일 대법원은 서울시 조례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해서 기초학력 공개가 가능하게 되었다.
국제 또는 국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분석에서 드러난 문제점, 특히 코로나 여파로 인한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그동안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기초학력 미달 수준인 하위권 학생들은 기초가 안 돼 있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다. 따라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게는 기초학력 보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습동기를 부여할 상담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에서 우리의 성취를 유지 또는 향상시키기 위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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