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삼성, 테슬라 23조 계약으로 파운드리 부활 시험대 올라"

  • '수율 개선-대형 고객 유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 생산 차질과 수율이 관건…"이번 계약만으로 TSMC 대항마 되긴 어려워"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체결한 165억달러(약 22조9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의 부활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간) 이번 테슬라 수주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고전 중인 삼성 반도체 사업의 체질 개선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라고 진단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033년까지 테슬라에 인공지능(AI) 칩인 'AI6'를 생산해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한때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7.7%(트렌드포스 집계)까지 하락했다. 이는 업계 1위인 대만 TSMC(67.6%)와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이 생산 차질과 수율 문제로 대형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파운드리 부활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것이 FT의 진단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글로벌 AI 열풍에 발맞춰 빅테크 기업들과의 성공적인 협업을 추진하려면, 단순한 기술 개선을 넘어선 기업 문화의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테슬라 계약이 다른 잠재적 파운드리 고객에게 삼성의 기술력에 대한 더 많은 확신을 줄 것"이라면서 "하지만 삼성이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FT에 말했다.
 
그는 파운드리 사업은 주문을 확보한 뒤에야 생산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미리 만들어뒀다 나중에 팔면 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다르다며 "삼성이 성공하려면 기업 문화를 훨씬 더 고객 중심적, 엔지니어 중심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삼성의 파운드리 부진이 201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당시 세계 최대 파운드리 고객이던 애플이 주 공급처를 삼성에서 TSMC로 전환하면서 어려움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대형 주문 부족은 생산 수율(양품 비율)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다시 비용 증가와 고객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MS 황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가진 근심의 핵심은 약속한 물량을 믿음직하게 인도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낮은 수율과 지속적인 생산 지연이 고객사들의 신뢰를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 계약이 테일러 공장의 '수율 개선-대형 고객 유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시티그룹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피터 리는 AI6가 테슬라의 비디오 기반 AI 모델 학습 프로그램을 구동할 칩으로 예상된다며 "이 칩 생산을 통해 삼성은 AI 칩 내재화뿐 아니라, 다른 AI 고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는 매우 까다로운 고객인데, 그런 테슬라가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한 것은 삼성의 향후 대형 기술 기업 수주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반도체 전문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의 창립자 딜런 파텔은 8년에 걸친 장기 계약이라는 점에서 "삼성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테슬라가 계약에서 빠져나갈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첨단 공정 구현에 지속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번 계약만으로 TSMC에 맞서는 강력한 경쟁자가 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종환 교수는 "삼성이 대형 고객 확보에 절박했던 만큼, 계약 조건이 반드시 유리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이 삼성에 돌아간 배경에 대해서도 업계의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이 이미 최대 가동 중이기 때문에 테슬라가 사실상 삼성 외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테슬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TSMC도 이 계약을 원했으며, 매우 수익성 높은 조건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이 관계자는 머스크가 한때 삼성과 함께 테일러 공장에 직접 투자해 공급을 확보하고 반도체 제조공정에 대한 영향력을 갖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삼성의 생산라인을 직접 둘러보며 진전 속도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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