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간 관세·무역협상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걷힌 점은 호재이지만, 협상 결과에 따른 업종간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03포인트(0.28%) 내린 3245.44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장 직후 3288.26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으나 이후 혼조세를 보이다가 기관 매도세에 하락 전환했다.
업종별 희비는 엇갈렸다. 한·미 양국이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를 별도로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선업종 전반이 상승세를 보였다. 한화오션(13.43%), HD현대중공업(4.14%), HD한국조선해양(1.27%) 등이 강세를 보였다.
관세 영향이 적은 방산업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4%), LIG넥스원(2.11%), 현대로템(1.76%) 등도 강세를 이어갔다. 반면 관세 부과에 따른 이익 감소 우려를 덜어내지 못한 현대차(-4.48%), 기아(-7.34%) 등 자동차업종은 급락세를 보였다.
관세의 영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실효관세율이 높아졌다는 측면에서는 수출 기업에 부정적일 수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8월 1일부터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이 기존 25%에서 일본, EU(유럽연합)와 같은 수준인 15%로 인하되면서 글로벌 경쟁 면에서 위험성이 낮아졌다. 불확실성 해소 면에서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적인 차원에서는 외국인 동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세 협상 타결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전월 대비 10원 하락하면, 외국인은 월간 기준으로 코스피를 1조원 정도 순매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산업 지원, 자동차도 금번 관세 협상 타결로 인해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며 "전략적 측면에서 해당 업종 내에서 외국인 보유 비율이 줄어든 반면 공매도 비율은 높고 하반기 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은 섹터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관세 협상으로 인한 업종별 유·불리는 따지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애초에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은 방산·조선, 금융 섹터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주보다 내수주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세 부과가 수출주 실적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관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내수주로 시선이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에 따른 내국인의 외식 및 문화 소비, 높아지는 한국 소프트파워와 동반해 증가하는 해외 관광객수에 따른 관광 특수 소비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며 "외식 소비 지출과 관련한 음식료, 해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면세업종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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