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전 장관의 고통이 너무 크다. 사면해 주면 좋겠다.”
6일 전북 김제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발언이다. 지난해 6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사건 등으로 징역 2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사실상 특별사면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 제79조에 근거한 고유 권한이다. 형이 확정된 사람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통해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 조 전 장관도 형 확정자이므로, 형식적으로는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된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사면은 단순한 형 확정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이 법적·제도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선, 실제 사면이 단행됐던 주요 사례들과 비교하고, 그 판단 기준이 조 전 장관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례로 본 사면, 형 집행의 경과와 공감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약 1년 7개월간 수형생활을 했다. 이후 2022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 동참”이라는 공익적 명분을 사면 사유로 제시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댓글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징역 2년형이 확정됐고, 복역을 거의 마친 시점인 2022년 12월 특별사면됐다. 복권을 포함한 정치적 복귀 가능성이 열리긴 했지만, 사면 시점 자체는 형 집행의 실질 종료 직전에 맞춰졌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2023년 5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형을 확정받고, 불과 3개월 후인 같은 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이 됐다. 당시 형의 실질 집행은 없었지만, 사면 후 보궐선거 출마→당선이라는 정치적 파급력으로 인해 “정치적 사면”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형 집행이 충분히 이뤄졌나
법무부와 사면심사위는 통상적으로 형이 일정 부분 이상 집행된 경우에 한해 사면 대상을 심사하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형벌의 실효성과 형평성 확보라는 형사법 원칙에 기반한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2024년 6월 27일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약 1년 2개월 복역 중이다. 전체 형기의 절반 이상을 채운 상태지만, 여전히 통상적 사면 시점보다는 빠르다는 평가가 많다.
이재용·김경수 사례에서 보듯, 사면은 형 집행이 상당 부분 완료됐거나 종료 직전이었을 때에야 국민적 수용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김태우처럼 형 확정 직후 단기간에 이뤄진 사면은 예외로 간주됐고, 비판도 그만큼 컸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이재용·김경수와 같은 ‘경과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사면 사유는 객관적으로 타당한가
사면은 법률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이지만, 정책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사면 사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은 법무부 실무와 여론 모두에서 강조된다. 국민통합, 경제 회복, 사회적 갈등 완화, 인도주의 등 공익적 목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재용 사면은 당시 경제위기 국면에서 재계의 요청과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이 맞물린 결과였다. 김경수는 정권교체 이후 통합의 제스처 성격이 강했다. 김태우는 내부고발자 이미지와 여권 지지층의 요구가 작용했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사면 사유로 내세울 만한 객관적 공익 명분이 분명치 않다.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주장은 있지만, 이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제기됐던 주장으로, 사법부의 최종 판단 이후까지 사면 사유로 기능하긴 어렵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단순한 정치적 부담 완화 또는 지지층 응원 차원의 사면은 국민적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성 표명 및 사회적 수용성
사면 대상자의 태도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고려 요소다. 특히 유죄가 확정된 공직자의 경우, 사면 전 반성이나 유감 표명이 있었는지, 사회적 회복 노력이 있었는지는 국민 법감정에 직결되는 문제다.
조 전 장관은 1·2심과 대법원 전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형 확정 이후에도 명시적인 반성 표명이나 사과 없이 수형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 회복 조치나 유감의 표현도 알려진 바 없다.
이재용 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유감을 표명했고, 김경수 전 지사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정치적 책임을 감수했다. 조 전 장관은 정치적 해석과 자기방어 중심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사면 정당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면권 남용 우려…사법 체계와 제도 신뢰 위협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에 근거한 통치행위로, 법적으로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정치적 사면은 형벌권의 무력화, 사법 판단에 대한 존중 결여, 국민 간 형평성 훼손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태우 사면 이후 이미 사면제도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은 한 차례 폭발한 바 있다. 정권에 따라 사면 대상이 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법 앞의 평등은 선언에 그칠 수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경우, 반복적 사면은 권력형 범죄에 대한 ‘예외주의’를 고착화할 수 있다.
형 확정 이후 일정 기간 수형생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면이 이뤄진다면, 사법부 판단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이름 아래 법치주의의 실질적 기반을 침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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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r**** 2025-08-06 17:33:48조국 교수님은 서울남부교도소에 계십니다. 사실 관계 파악이 잘못된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