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상원,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소추안 유보…"사실상 기각"

  • 두테르테 진영 총선 승리로 탄핵 동력 약화

필리핀 국민들이 7일현지시간 케손시티에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상원이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필리핀 국민들이 7일(현지시간) 케손시티에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상원이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필리핀 상원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전격 보류했다. 사실상 탄핵소추안이 기각됨에 따라 2028년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인 두테르테 부통령의 향후 정치 행보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필리핀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전날 상원은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소추안을 유보하는 결정을 찬성 19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결정은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위헌이라는 최근 필리핀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앨런 피터 카예타노 상원의원은 대법원이 지난 판결을 번복하지 않는 한 이날 결정으로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소추안은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소추안이 동일 공무원에 대한 탄핵 제기를 1년 1회로 제한한 헌법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하원은 12월과 2월 사이에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최소 4건의 탄핵소추안을 접수했지만 탄핵심판소 역할을 할 상원에는 1건만 회부됐다. 대법원은 “어떤 정치적 결과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정의로운 법치주의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일부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두테르테 부통령의 예산 유용 의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암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는 발언 등과 관련해 3차례 탄핵을 제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2월 4번째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는데 이것이 1년 1회 제한을 어겼다는 판단이었다.
 
진보정당 아크바얀은 성명을 내고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안 보류 결정은 사실상 기각한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헌법적 책무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때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권력 남용에 대한 견제 기구였던 상원은 오늘날 ‘두테르테 상원’임을 스스로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법원은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소추안 위헌 판결에 대한 재심 청구를 심리 중이지만 재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총선에서 두테르테 부통령의 아버지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진영이 사실상 승리한 이후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의 동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