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VIP 격노'를 목격했다고 2년 만에 실토한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8일 순직 해병 특검에 나란히 출석했다.
먼저 임 전 비서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서울 서초동 순직 해병 특검 사무실에 나왔다. 지난달 25일 비공개로 출석해 한 차례 조사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조사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 회수를 지시했나',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등 구체적으로 지시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임 전 비서관은 'VIP 격노설'의 시초가 된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인사다. 자료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8명이 채 상병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돼 있었다.
그간 임 전 비서관은 국회와 법정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 내용은 안보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해 왔다. 2년 만에 입장을 바꾸고 지난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질책한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고, 회의실 전화기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호통을 치며 크게 질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 후 임 전 비서관과 함께 윤 전 대통령과 별도로 대화했던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같은 시간에 특검의 소환을 받았다.
조 전 실장은 오전 9시 40분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그는 '과거 국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없었다고 부인했는데, 특검 조사에서 진술을 뒤집은 이유가 무엇인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뒤에 어떤 지시를 내렸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 "올라가서 사실대로 다 얘기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주미대사와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등 최고위직을 역임한 조 전 실장은 대통령실 주재 회의에 국가안보실장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조 전 실장도 국회 등에서 'VIP 격노'에 대해 부인해왔으나, 지난달 29일 특검 조사에서 입장을 바꾸고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했다.
특검은 이날 조사에서 조 전 실장, 임 전 비서관에게 채상병 사건 이첩을 보고한 뒤 윤 전 대통령의 반응과 구체적인 지시사항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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