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H20은 중국에 안전한 칩이 아니다."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판매 칩 H20을 둘러싼 보안 우려를 제기하는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들도 엔비디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일 중국 국영중앙(CC)TV 산하 소셜미디어 계정(SNS) '위위안탄톈'은 "H20이 친환경적이지도, 첨단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그것을 사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는 최근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SA)이 엔비디아의 H20 컴퓨팅 칩에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가 내장돼 심각한 보안 문제에 노출됐다며 우려를 제기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엔비디아 측을 소환해 백도어 안전 리스크 문제에 관해 설명하고 증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위위안탄톈은 "H20 칩은 온도·전압·타이머 등 물리적 조건을 사전에 설정해 칩을 자동으로 종료하는 '킬스위치(원격 비활성화 기능)'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칩의 펌웨어 부트로더를 수정해 칩이 부팅될 때 지리적 위치나 권한부여 상태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부팅을 거부하거나 일부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등 칩 성능을 제한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특히 "현재 H20은 사실상 중국 전용 칩인 만큼, 칩에 백도어가 설치되면 해당 기능이 특정대상(중국)에만 집중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위위안탄톈은 '미국 정부의 백도어 설치 요구에 협조한 기업들은 수출 통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특히 위험도가 낮은 중국 고객에 대한 수출을 완화하라'고 명시한 미국 신미국안보센터(CNAS)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의 중국 수출을 다시 허용한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짚었다.
아울러 "H20은 대중 수출이 제한된 고성능 AI 반도체 H100과 비교하면 성능은 20%에 불과하다"며 "H20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웨이보 SNS 계정에 '엔비디아를 어떻게 믿냐'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해 엔비디아에 경고음을 냈다. 칼럼은 "엔비디아는 H20 칩의 보안 리스크에 대한 설득력 있는 보안 증명을 제시해야만 중국 사용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와 관련해 "H20 칩에 백도어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단지 이론적으로 가능성을 추측했을 뿐"이라고 짚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통제로 한동안 대중국 수출길이 막혔던 H20의 공급이 지난달 중순 젠슨황 엔비디아의 방중을 계기로 재개가 결정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돌연 엔비디아를 압박하고 나서며 엔비디아의 H20 칩의 중국 판매에 불확실성도 커졌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엔비디아는 H20 칩에 백도어를 내장하지 않았다며 중국 측 주장에 맞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10일에도 CNBC를 통해 "사이버 보안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엔비디아는 칩에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를 내장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 사실 H20보다 더 원하는 것은 인공지능(AI)칩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완화라는 보도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HBM에 대한 수출 통제를 완화해 줄 것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HBM의 대중 수출 통제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지난해 중국 반도체 업체 중신궈지(SMIC)를 견제하기 위해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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