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인공지능(AI) 칩 개발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통제 완화를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 측이 이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HBM은 첨단 AI 칩 제조에 필수 부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화웨이와 중국 반도체기업 SMIC의 AI 칩 개발 저지를 위해 HBM의 대(對)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올해 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중국 맞춤형 H20 칩 수출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지만 실제로 중국이 더 우려하는 것은 HBM 수출통제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기업이 HBM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자체적으로 AI 칩을 개발하는 능력이 결정적으로 제한된다. 그레고리 엘런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AI 전문가는 “HBM은 첨단 AI 칩 제조에 필수적”이라며 “칩 가치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HBM”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가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에서 HBM 규제 완화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H20 칩 수출 재개를 허용한 이후 HBM 수출 통제 완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 중이다.
한 소식통은 “HBM 수출 통제 완화는 화웨이와 SMIC에 선물을 주는 것이고 중국이 매년 수백만 개의 AI 칩을 만들도록 물꼬를 터줄 수 있다”며 “중국이 통제 해제를 원하는 이유이자, 미국이 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 의회에서는 중국의 AI 칩 우회 조달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존 물레나 공화당 하원의원(미시간)은 “중국은 수출통제 대상이 아닌 게임용 칩을 첨단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며 상무부와 엔비디아의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중국이 AI 칩을 밀수하고, 규제 대상이 아닌 엔비디아의 게임용 칩을 AI 데이터센터 구축용으로 전용하는 등 수출통제를 우회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만큼 미국 정부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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