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베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발전과 고속철도, 방산, 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되면서 재계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100조원 고속철 프로젝트, 200조원 규모 전력사업, 군사 장비 현대화 등 국가 사업을 다수 추진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 미국발 관세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모처럼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렸다"면서 "초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만큼 국내 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8%로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한화 등 다수의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7500달러로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인프라 개발, 산업 고도화, 스마트 시티 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 기업들은 고속철도, 에너지, 전력, 방산, 신도시 개발 등에서 추가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속철도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이 기대된다. 베트남 북남 고속철도 사업은 수도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이어지는 총 1541㎞ 구간을 연결하게 된다. 총 사업비 규모만 100조원에 달한다. 오는 2027년 착공, 2035년 완공이 목표로 올 하반기께 업체 선정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는 자동차 제조와 철도 기술력을 접목해 고속철 기술을 100% 국산화한 현대로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약 200조원을 투자하는 인프라 사업도 추진 중이다. 원전 4기 가동 계획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전력망 구축, 송배전 설비 등의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이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LH와 베트남 박닌성이 협업하는 '동남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도 국내 건설사들이 기대하는 부문이다. 한국의 판교 신도시를 모델로 삼고 있다.
K-방산도 베트남 진출 기회를 엿본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군 현대화, 무기 공급처 다변화 등 국방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주포 K-9 수출에 성공했다. 총 20문, 3500억원 규모다.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방한 기간 중 '천궁 II' 제조사인 LIG넥스원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무기 노후화 이슈로 당분간 교체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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