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협력 넘어 '경제 동맹'으로… 한-베트남, 지정학적 격변 속 '전략적 밀월'

  • 미중 경쟁·공급망 재편 속 '전략적 교두보' 확보한 한국과 '대나무 외교' 강화한 베트남

  • 경제 협력 넘어 안보·방산까지… '투 트랙 전략'으로 진정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또 럼 베트남 총비서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또 럼 총비서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또 럼 베트남 총비서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또 럼 총비서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의 국빈 방한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의 국가 전략이 절묘하게 맞물린 필연적 귀결이었다.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에게 필수적인 파트너임을 재확인하며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방한의 가장 큰 의미는 양국 관계의 패러다임이 ‘경제 협력’에서 ‘경제 연계(Economic Linkage)’로 질적 전환을 선언한 데 있다. 이는 베트남을 단순 생산 기지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에 핵심 파트너로 깊숙이 통합하고 연구개발(R&D) 허브로 함께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이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아세안의 핵심 국가이자 안정적인 정치 체제를 갖춘 베트남은 한국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전략적 교두보를 제공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레 마잉 훙 베트남 에너지 산업공사PVN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총비서가 임석한 가운데 열린 양해각서MOU 서명식에서 원전 분야 인력양성 협력 MOU에 서명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레 마잉 훙 베트남 에너지 산업공사(PVN)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총비서가 임석한 가운데 열린 양해각서(MOU) 서명식에서 원전 분야 인력양성 협력 MOU에 서명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베트남의 입장에서도 이번 방한은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대나무 외교’의 정수를 보여준다.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베트남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이 절실하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베트남에게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다. 또 럼 총비서가 이재명 대통령의 신정부 출범 이후 첫 국빈이라는 점은 양국 신임 지도부가 서로를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심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안보 협력의 필요성 또한 자연스럽게 부상했다. 이번 방한에서 국방·방산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은 양국 관계가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포괄하는 진정한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양국 정상은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의 자유 보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국제법 준수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공감대는 한국의 퇴역 초계함 ‘제천함’을 베트남에 양도하는 결정으로 구체화됐다. 경제를 한 축으로 안보를 다른 한 축으로 삼아 관계의 안정성을 높이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본격화된 것이다.

한편 또 럼 총비서의 방한은 한-베트남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여는 이정표를 세웠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에 양국은 ‘경제 연계’와 ‘안보 협력’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기둥을 세움으로써 역내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사실상의 ‘전략적 동맹’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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