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항아리가 인상적이었어요. 그 안에 담긴 디테일과 스토리를 알게 될수록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앞으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지가 중요하겠네요.”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만든 메기 강(Meggie Kang) 감독은 2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유홍준 관장과 박물관 내 주요 전시를 관람했다.
강 감독은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멋지다”는 감탄을 연발하며 한국 문화유산에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4월 개인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던 메기 강 감독은 이번에는 친선 도모를 위해 다시 박물관을 방문했다. 유 관장과 선물을 주고받은 뒤 전시 투어도 함께했다. 이날 유 관장은 새하얀 부채에 덩실덩실 춤추는 호랑이와 사람 모습을 직접 그려 ‘신명!! 한국인의 흥겨움과 한의 살풀이’라는 문구를 담아 강 감독에게 선물했다. 이 그림은 민중미술가 오윤(1946~1986) 작품을 흉내낸 것이다.
이에 강 감독은 “(케데헌 속 캐릭터는) 오윤 선생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로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 참고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케데헌 등장 캐릭터인 더피 호랑이 인형을 유 관장에게 선물했다. 강 감독은 “호랑이는 한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며 “더피가 또 다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특히 달항아리에 관심을 보였다. 유 관장은 조선 17세기 후반에 제작된 ‘백자 달항아리’를 가리키며 “달덩이 같은 높이 45㎝인 둥근 항아리를 만들기 위한 예술가들의 의지 끝에 왕 사발 두 개를 이어서 만든 달항아리가 완성됐다. 둥그스름하지만 원은 아니다. 변화가 은근해 어진 맛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강 감독은 “멋있다”고 답했다. “(달항아리 속) 디테일은 몰랐어요. 관장님 설명을 들으니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막 나오네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네요.”

둘은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 셀카를 찍어 자신만의 책가도를 만들었다. ‘어흥, 호랑이’ 디지털 실감 영상을 본 강 감독은 “스타일이 독특하다”고, 반가사유상이 전시된 ‘사유의 방’에서는 “공간이 멋있다”고 평했다.
메기 강 감독은 담배 피우는 호랑이에도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 관장이 지니고 있던 담배 피우는 호랑이와 그 담뱃대를 받치고 있는 토끼가 그려진 부채에 그가 관심을 보이자 유 관장은 해당 부채를 포함해 뮷즈 까치 호랑이 배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영문판도 선물로 건넸다.

유 관장은 향후 메기 강 감독이 박물관 측에 소장품 등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한다면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관장 취임 한 달을 맞은 유 관장은 “메기 강 감독은 오직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박물관을 찾았다”며 “(박물관을 향한) 대중적인 호응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또 우리 박물관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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