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저평가된 '숨은 자산'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건물 임대료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펀더멘탈보다 낮게 형성된 종목이 늘고 있어서다. 배당률도 연 7% 안팎으로, 금리 하락 기조가 본격화될 경우 투자 매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이날 39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손해보험빌딩, 한화생명 노원사옥 등 6개 자산에 투자하는 한화리츠의 주당 자산 가치는 약 5000원으로 평가되지만 최근 주가는 3900원대에 머물러 있다. 본질가치 대비 약 20% 디스카운트된 셈이다.
안정적인 부동산 임대 수익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화리츠의 경우 공실률은 장교동 한화빌딩이 0.5%, 한화손해보험빌딩 0%, 한화생명 노원사옥 3.8% 등으로 낮은 수준이다. 주요 임차인도 대부분 한화계열사들로 구성돼 있어 임대 수익 안정성은 보장된다.
증권사 고위급 관계자는 "현재 리츠 주가는 부동산 본질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눌려 있다"며 "순환매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배당 매력도 눈길을 끈다. 특별배당을 제외한 상장 리츠의 평균 시가 배당률은 6.5~8% 수준이다. 시가 배당률은 리츠가 지급하는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비율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주당 배당금 대비 몇 %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현재 기준금리가 2.5%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츠 투자로 약 2.5~3배 이상의 배당 수익을 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잠재성장률을 고려할 때 금리가 1%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하락 국면에서 고배당 리츠의 상대 매력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산운용사에서도 최근 리츠 관련 상품에 힘을 실었다. 1010여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중 국내 상장 리츠 상품은 단 5개에 불과했는데, 이에 더해 최근 2종목이 추가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9일 국내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TOP10액티브'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10채권혼합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제도 개선 기대도 호재다. 정부는 오는 11월 시행되는 프로젝트 리츠에 대해 양도차익 과세를 이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토지를 보유하고도 양도세 부담 때문에 개발에 나서지 못했던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며 "한화솔루션, 쿠팡 등이 프로젝트 리츠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6월 상장 리츠 809만주를 순매도했지만, 7월에는 421만주 이상을 순매수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리츠의 저점 매력이 부각되면서 기관들이 서서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리츠 시장 규모가 여전히 작고, 최근 유상증자가 잇따른 점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투자자 성향도 걸림돌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테마형 단기 매매와 성장주에 쏠려 있다"며 "꾸준한 배당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 문화가 자리잡아야 리츠 시장도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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