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센 상법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자본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IPO(기업공개) 시장에선 벌써부터 심상찮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IPO 제도 개편으로 기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등 2차 상법개정으로 상장유지가 힘들어지면서 IPO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PO시장은 상반기에 비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해 7~8월 동안 17개 기업이 상장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16개 기업이 상장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에는 38개사(코스피 4개사, 코스닥 34개사)가 상장해, 전년 동기(29개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확연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7월 증권신고서 제출건수가 '제로(0)'였던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8월에 반기 보고서가 나온 후 반기 실적을 반영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 7월은 통상 다른 달에 비해 증권신고서 제출 건수가 적은 편이지만 아예 없는 경우는 드물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 동안 7월 한 달 동안 각각 7, 8, 1, 3, 6개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증권가에선 개절적 요인에 더해 하반기부터 적용된 IPO 제도 개편 영향이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IPO시장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가 7월부터 도입됐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기관 투자자 배정 물량의 30%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배정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40% 이상으로 우선배정 물량이 확대된다.
만약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할 경우에는 주관사가 상한금액 30억원 내에서 공모물량의 1%를 인수해 6개월 동안 의무 보유하는 페널티를 받는다. 기관투자자와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해 공모가 거품을 막고 정확한 기업실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그만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 이후 첫 타자가 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알게 모르게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눈치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 상법 개정으로 IPO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개정으로 상장유지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상장 유인이 감소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국내 주요 기업의 상장유지비용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102개 상장사들은 상법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상장유지비용은 추가적으로 평균 12.8%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IPO 딜을 발굴하는 증권업계에서도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상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낮아졌다"며 "상장을 하더라도 유상증자나 액면분할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고 오히려 경영 판단 과정에서 간섭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IPO의 특성상 절차 앞단부터 기업들의 상장 의지가 저조해질 경우 장기간에 걸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IPO 상장은 기업이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해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는 상장 준비단계에서부터 거래소 상장 심사단계와 실제 주식 공모단계까지 1~2년가량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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