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협상에 미온적인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가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이 다시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진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합의가 없을 경우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전쟁) 종식을 원한다”며 “우리에게는 경제 제재 조치가 있다. 세계 대전으로 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경제 제재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종전) 합의를 보고 싶다. 만약 내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 내 머릿속에 있는 건 매우, 매우 심각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쟁이 끝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대전이 되게 하지 말자”며 “경제 전쟁은 나쁠 것이고, 러시아에 나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전 합의가 교착 상태를 이어가자 러시아를 압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고율 관세 등 러시아 자체에 대한 경제 제재뿐 아니라 러시아 석유를 구입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제재까지도 고려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유럽 지도자들과 다자회담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후 그는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회담을 조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2주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했다는 백악관 다자회담 참석자들의 전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2주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제재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3일에는 “나는 전쟁과 관련한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전혀 기쁘지 않다”며 향후 2주 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젤렌스키도 꼭 순수하지는 않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종전 협상이 더딘 이유가 꼭 러시아 때문만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러, 우크라 진격 계속
종전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지만 ‘2주 내 정상회담’ 시한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금까지 회담 개최 관련 유의미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진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이날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에 러시아군이 진입한 것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드니프로작전전략군의 빅토르 트레구보우 대변인은 “그렇다, 그들(러시아군)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에) 진입했으며 현재까지 전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처음으로 이 지역 마을을 장악하며 진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전날에도 러시아 국방부는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자포리즈케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를 부인했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러시아가 상당 부분을 점령해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한 4개 주가 아닌 새로운 지역이다. 러시아가 약 75%를 장악하고 미점령 지역까지 통째로 달라고 요구하는 도네츠크주와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의 광업·산업 중심지인 이 지역에서 영토 상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첫 인정은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위한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AFP는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의 석탄 광산을 공격해 현지 광부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 DTEK는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회사 건물과 장비가 손상되고 정전이 발생했다”며 “당시 지하에 146명의 광부가 있었으며 이들을 지상으로 대피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 토니 라다킨 영국군 합참의장과 만난 뒤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한 노력을 가속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는 “러시아와 회담을 주최할 수 있는 튀르키예, 걸프, 유럽의 국가들과 이번 주 접촉할 예정”이라며 “전쟁 종식을 위해 우리는 최대한 준비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자신과 우크라이나 국가안보회의 의장이 카타르 국방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도하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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