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난대비 정책을 비판하는 서한을 의회에 제출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공무원들이 서한 발송 다음 날 직위해제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EMA 전현직 직원 182명이 해당 서한에 서명했으며, 146명은 보복을 우려해 익명으로 참여했다. 실명을 공개한 36명은 다음 날 이메일로 직위해제(유급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
통보 이메일에는 즉시 직위해제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유지된다고 적혔다. 이유는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정책에 반대해 온 비영리단체 ‘스탠드 업 포 사이언스’의 콜레트 델레왈라 대표는 성명을 통해 “내부고발을 이유로 공무원들에게 보복하는 것”이라며 “불법이자 헌신적인 공무원들에 대한 깊은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서한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20주년(2005년)을 앞두고 의회에 제출됐다. 발송자들은 FEMA의 대응 역량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카트리나와 같은 인재(人災)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올해 들어 FEMA 풀타임 직원의 3분의1이 이탈했다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해고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FEMA 폐지 방침을 세워 예산·인력을 대폭 감축했으며, 재난 경험과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고위직에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10만 달러(약 1억3900만원) 이상 지출에 직접 승인 규정을 두면서 최근 텍사스 홍수 대응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서한 발송자들은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래 임명된 캐머런 해밀턴 전 청장 직무대행과 데이비드 리처드슨 현 FEMA 청장 직무대행 모두 재난 관리 경험이 전무한 인사이며 법률상 자격요건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카트리나 사태를 계기로 입법된 재난관리 개혁법에는 FEMA 청장은 “재난 관리에 대한 능력과 지식이 입증된” 인물이어야만 하며 DHS 장관이 FEMA의 권한·책임·기능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또 놈 DHS 장관이 FEMA의 업무에 간섭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법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점도 지적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2005년 8월 말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 등을 강타해 1833명이 숨지고 당시 돈으로 1610억 달러(약 224조원) 재산 피해를 남겼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늦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서한 발송자들은 FEMA를 DHS에서 독립된 내각급 행정기관으로 격상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DHS는 이번 서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책임성과 개혁을 우선순위로 삼아서 국민들과 공동체들에 돈이 실제로 가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의 의무는 생존자들을 위한 것이니 망가진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허리케인 철이 지난 후에 FEMA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난대응 권한을 주정부로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지출 감축의 일환으로 미국 전역의 지역별 재난 대비 인프라 구축과 유지에 쓰이는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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