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부터 베트남 전역에 바이오연료인 E10 연료 사용이 의무화된다. 베트남 정부는 환경 개선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E10을 도입하고 2031년에는 E15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품질 보장과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시장 안착이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뚜오이쩨에 따르면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2026년 초부터 전국 주유소에서 E10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영석유그룹(Petrolimex)과 PVOil 등 베트남 주요 정유사들은 이미 E10 생산을 위한 유류 혼합 및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E10 연료는 10%의 에탄올과 90%의 무연휘발유를 혼합해 생산한 바이오 연료다. 영문자 E 뒤에 붙은 숫자는 에탄올 비율을 의미한다. 해당 연료는 환경 보호와 연료 가격 안정화를 위해 사용되는데, 에탄올이 탄소 발자국과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어서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E10의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추세다.
다만 베트남 내 E10 생산량은 전체 수요의 약 40% 수준에 불과해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대규모 수입이 불가피하다. 응우옌 홍 지엔 베트남 산업통상부 장관은 “소비자들의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었으나 전환을 위해서는 원료 재배 확대, 에탄올 생산 증대, 강력한 세금 및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우옌 꽝 중 Petrolimex 부사장은 “베트남 내 공급이 제한적이므로 혼합용 에탄올을 수입해야 한다”며 “혼합 공정을 자동화해 효율을 높이겠다”며 “바이오연료가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리터당 고정 환경보호세와 기본 휘발유 특별소비세율 7% 조정 같은 세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품질 보장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히는데, 하노이과학기술대학교 팜 흐우 투옌 박사 연구팀은 E10의 출력과 연료 소비 효율이 기존 석유계 휘발유와 동등하거나 더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다만 카뷰레터 시스템을 사용하는 구형 차량은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제조사와 수입업체가 호환 모델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베트남오토바이제조업협회와 하노이과기대 공동 연구에서는 혼다, 야마하, 스즈키 등 주요 오토바이업체들의 대부분 모델이 기술적 변경 없이 E10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협회는 E10RON95-III, E10RON95-IV 등 배출가스 유로 등급이 높은 휘발유와의 혼합을 통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로드맵을 제안했다.
베트남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바이오연료 촉진을 위해 기본 휘발유 선택 기준 마련과 공급망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홍보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다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도요타와 혼다,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자동차엔지니어협회(SAE) 등은 E5와 E10 연료가 엔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E10은 높은 옥탄가 덕분에 노킹을 줄이고 엔진 보호 및 차량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업들은 정부가 원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정유사들이 안정적으로 생산과 유통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에탄올 함량 제한과 산소 함량 기준 재검토, 시험 평가 지표 마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환경 전문가인 다오 유이 안 박사는 “베트남은 바이오 원료 잠재력이 크고 지속 가능한 발전 의지가 있어 앞으로도 장려해야 할 가치가 있는 해결책”이라며 정책 입안자와 기업 대중 홍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E10 도입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베트남의 국제 경험과 국내 공급 능력을 근거로 2026년 초부터 시행 조건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전세계 50개국 이상이 바이오 연료 사용을 법제화했고 브라질과 미국은 1970년대부터 에탄올 혼합 휘발유를 적극 도입한 바 있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10% 혼합 비율이 의무화됐고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과 필리핀이 10~15%를 사용 중이며 향후 20% 이상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