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①] 불량만화에서 정의의 캐릭터까지, 60년 펜을 이어온 만화가 이정문

1959년, 한 청년이 펜을 들었다. 그리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시작한 길은 어느덧 60년을 넘어섰고,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수많은 캐릭터들은 한국 만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불량식품처럼 불량만화라 불리며 사회적 외면을 받던 시절에도, 그는 오직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마음으로 창작을 이어왔다. 은하수를 바라보며 우주를 상상하던 소년은 철인캉타우와 설인 알파칸 같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한국 SF 만화의 지평을 넓혔고, 여전히 매일 펜을 잡으며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만화가라는 직업을 100점 만점에 110점으로 평가하는 이정문 작가. 그는 오늘도 변함없이 말한다. “만화는 나의 천직”이라고.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문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정문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어쩌다가 만화가를 하게 됐나
-어렸을 때부터 소질이 있었다. 소질이 있어서 계속 그리다 보니까 만화가가 됐고 평생의 천직으로 생각하고 다른 직업을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까 61년이 지났다.

언제 데뷔했나
-1959년에 데뷔했다.

당시 만화가에 대한 인식은 어땠나
-만화라고 하는 자체를 불량의 선도라고 생각했다. 불량식품, 불량만화라고 불렸다.
만화는 아예 취급 조차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계속 그린 이유는 뭔가
- 그리고 싶으니까 그린거다. 돈보다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만화의 프로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만화의 프로가 됐다고 생각하나
-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만화가는 계속 창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래의 세상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서 계속 생각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만화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된 특별한 경험이 있으셨나
- 초등학교 시절에 서울 하늘을 보면 매일 은하수가 보였다. 은하수를 보면서 은하수를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허무행랑하게 있었다. 철인캉타우 같은 SF 그림을 그리게 됐던 계기도 은하수를 보면서 였다. 상상을 현실화되도록 만화를 그린거다.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
- 매일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는 생각을 했다. 만화는 상상을 구체화 시키는 그림이라는 매체가 있기 때문에 매일 상상을 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어서 안티가 없었지, 지금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있었으면 허무맹랑한 걸 그린다고 욕을 많이 먹었을 것이다.

고유의 그림체를 어떻게 만들어냈나
-계속해서 그리면 변화가 온다. 그리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도 매일 그리고 있다.
 
사진 이정문 작가
[사진= 이정문 작가]


60년 넘게 만화 외길 인생을 걸어오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 만화캐릭터도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술과 관련된 만화와 철인캉타우, 설인 알파칸을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 하나의 흔적을 크게 남겼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

 만화가로서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하다
- 매일 그렸기 때문에 슬럼프는 못느꼈다. 때로는 슬럼프가 있었겠지만 술 한잔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진짜 하기 싫으면 창작은 못한다. 

오랜시간 동안 작업을 이어올 수 있는 비결은 뭔가
-오늘 A라는 만화를 그리고 내일 B라는 만화를 이어가다가 완성된 그림을 보면 굉장히 좋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이정문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정문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정문 작가가 경험한 만화가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가. 직업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몇점인지 궁금하다
- 100점 만점에 110점 주고 싶다. 어려운 과정이다. 지금 웹툰을 보면 만화 산업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는 만화책을 불질러버리겠다며 불량만화 취급을 했는데 지금은 엄청난 콘텐츠 대우를 받으면서 세계를 누비고 있다는 현실이 꿈만 같다. 우리나라 만화가들이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웹툰을 보더라도 속도를 늦추면서 음미를 하면 보면 좋겠다.

웹툰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 분야가 다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만화책이라고 하면 종이를 책으로 엮은 것만 생각했지, 다른 매체로 만화가 발전된다는 걸 생각도 못했다. 저는 종이 만화로 끝내고 싶다. 재주도 없다(하하).
 
이정문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정문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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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에서 유명인이나 연애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디다.
    하지만 뜻밖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었고 늘 동기부여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멋진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캉티우와 심술통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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